타임 블록을 완벽하게 짰는데 하나도 안 지켰다

타임 블록만 있으면 시간 관리가 완벽해지겠지

“빌 게이츠는 5분 단위로 일정을 관리한다.”
“일론 머스크는 시간을 블록으로 나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타임 블로킹.”

생산성 유튜버들이 말했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타임 블로킹이라고.

그래, 나도 타임 블록을 해보자.

완벽한 타임 블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1단계: 도구 선택

Google Calendar를 선택했다.

이유:
– 알람 기능
– 색깔 구분
– 모바일 동기화
– 반복 일정 설정

“완벽한 도구야!”

2단계: 시간 분석

하루 24시간 분석:

  1. 고정 시간:
  2. 수면: 7시간 (23:00-06:00)
  3. 출근 준비: 1시간 (06:00-07:00)
  4. 출퇴근: 2시간 (07:00-08:00, 18:00-19:00)
  5. 식사: 1.5시간 (점심 1시간, 저녁 30분)

  6. 업무 시간:

  7. 근무: 9시간 (08:00-18:00, 점심 제외)

  8. 자유 시간:

  9. 저녁 후: 4시간 (19:00-23:00)

활용 가능 시간: 9시간 (업무) + 4시간 (저녁) = 13시간

“13시간이나 있네! 충분해!”

3단계: 이상적인 타임 블록 설계

업무 시간 (08:00-18:00):

  • 08:00-09:00: 딥워크 1 (가장 중요한 일)
  • 09:00-10:00: 이메일 & 슬랙 확인
  • 10:00-12:00: 딥워크 2 (프로젝트 작업)
  • 12:00-13:00: 점심 식사 & 산책
  • 13:00-15:00: 딥워크 3 (개발 작업)
  • 15:00-15:15: 커피 브레이크
  • 15:15-17:00: 미팅 & 협업
  • 17:00-18:00: 정리 & 내일 계획

저녁 시간 (19:00-23:00):

  • 19:00-19:30: 저녁 식사
  • 19:30-20:00: 휴식 (유튜브)
  • 20:00-21:00: 사이드 프로젝트
  • 21:00-22:00: 독서
  • 22:00-22:30: 저널링 & 회고
  • 22:30-23:00: 잠자리 준비

완벽한 하루다!

4단계: 색깔 코드 시스템

  • 🔴 빨강: 딥워크 (집중 필요)
  • 🔵 파랑: 미팅 (협업)
  • 🟢 초록: 휴식 (재충전)
  • 🟡 노랑: 루틴 (이메일, 정리)
  • 🟣 보라: 개인 개발 (사이드 프로젝트, 독서)

5단계: 알람 설정

각 블록 시작 5분 전 알람.

설정 완료:
– 07:55: “딥워크 시작 5분 전”
– 08:55: “이메일 확인 5분 전”
– 09:55: “딥워크 2 시작 5분 전”
– …

하루 26개 알람.

“이제 완벽하게 시간 관리할 수 있어!”

타임 블록 설계 시간: 4시간

Day 1: 현실은 달랐다

08:00 딥워크 1 시작

07:55 알람 울림.

“좋아, 딥워크 시작!”

08:05 – 슬랙 메시지 도착
“급한 버그 있어요. 확인 부탁드려요.”

“잠깐만… 5분만 볼게.”

08:40 – 버그 수정 완료

딥워크 시간: 35분 날아감.

09:00 이메일 & 슬랙 시간

“이메일 확인하자…”

09:30 – 동료가 옆에 와서 질문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 잠깐…”

09:50 – 이메일 반도 못 봄.

10:00 딥워크 2

“이제 집중해서 프로젝트 작업…”

10:15 – 긴급 미팅 요청
“10시 30분에 회의 가능하세요?”

회의실로 이동.

11:30 – 회의 끝

딥워크 2: 완전히 날아감.

12:00 점심 & 산책

점심 먹으러 갔다가…

12:45 –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늦어짐

산책 시간 없음.

13:00 딥워크 3

“이제 집중…”

13:20 – 졸림
“점심 먹고 졸리네…”

커피 마시러 갔다가 동료 만남.

14:00 – 다시 자리로

딥워크 40분 날아감.

15:00 커피 브레이크

“커피는 아까 마셨는데…”

스킵.

15:15 미팅 & 협업

계획대로 미팅.

17:00 – 미팅 끝

이건 지켜짐!

17:00 정리 & 내일 계획

“드디어 정리 시간…”

17:10 – 상사가 다가옴
“오늘 작업 진행 상황 좀 볼까요?”

18:30 – 퇴근

계획 시간 완전히 초과.

저녁 시간:

19:30 도착 (늦게 퇴근)
피곤해서 소파에 누움.

20:30 – 일어남
“사이드 프로젝트는 무슨… 넷플릭스나 보자.”

23:00 – 잠

저녁 계획 전부 무산.

Day 1 결과

계획 vs 실제:

시간 블록 계획 실제
딥워크 1 1시간 25분 (버그 수정)
이메일 확인 1시간 30분
딥워크 2 2시간 0분 (긴급 회의)
점심 & 산책 1시간 45분 (산책 없음)
딥워크 3 2시간 1시간
미팅 1.75시간 1.75시간 ✓
정리 1시간 0분 (추가 미팅)
사이드 프로젝트 1시간 0분
독서 1시간 0분
저널링 30분 0분

계획 지킨 것: 미팅 시간뿐.

달성률: 약 15%

5시 기상 루틴처럼, 첫날부터 계획이 무너졌다.

1주일: 매일 실패

Day 2:
“오늘은 진짜 지키자!”
→ 달성률: 20%

Day 3:
“이번엔 꼭…”
→ 달성률: 10% (긴급 업무 폭탄)

Day 4:
“제발…”
→ 달성률: 25%

Day 5:
“…”
→ 달성률: 15%

주말:

토요일 계획:
– 09:00 기상
– 10:00 사이드 프로젝트 3시간
– 13:00 점심
– 14:00 독서 2시간
– …

실제:
– 11:00 기상
– 11:30 소파에서 폰
– 13:00 점심
– 14:00 낮잠
– 16:00 일어나서 또 폰
– 저녁부터 죄책감

주말 달성률: 5%

문제를 발견했다

매일 저녁:

Google Calendar 열기 → 빨간색 투성이 (안 지킨 일정)

작업:
1. 오늘 일정 전부 삭제
2. 내일 일정 다시 설정
3. “내일은 진짜 지킨다” 다짐

매일 30분 일정 재조정.

2주 후:

계획 세운 시간: 약 7시간
계획대로 한 시간: 약 2시간

계획 세우는 시간 > 실제 실행 시간

Notion 템플릿에 시간 쓴 것처럼, 시스템에만 시간 쓰고 실행은 안 했다.

타임 블록을 포기했다

3주차:

“타임 블록은 나한테 안 맞나 봐…”

시도:
– 블록 크기 늘리기 (15분 → 1시간)
– 여유 시간 추가 (버퍼 30분)
– 블록 개수 줄이기 (26개 → 10개)

결과:

똑같았다.

문제는 블록 크기가 아니었다.

깨달은 것

타임 블록이 안 되는 이유:

1. 현실은 예측 불가능

계획: 딥워크 2시간
현실:
– 긴급 버그
– 갑작스러운 미팅
– 동료 질문
– 슬랙 알람
– 이메일 급함

하루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 완벽주의의 함정

타임 블록 철학:
“모든 시간을 계획하면 생산적이다.”

함정:
– 15분 블록 놓치면 → 죄책감
– 하나 어긋나면 → 전체 무너짐
– 유연성 없음

완벽한 계획 = 실패 확률 100%

3. 시간 관리 ≠ 블록 채우기

착각:
– 캘린더 빈칸 없음 = 생산적

진실:
– 빈칸 없음 = 숨 쉴 틈 없음
– 여유 없음 = 창의성 없음
– 계획 빡빡함 = 스트레스

생산성 ≠ 바쁜 척

4. 에너지는 고려 안 함

타임 블록:
– 08:00 딥워크 (에너지: 50%)
– 13:00 딥워크 (에너지: 30% – 점심 후 졸림)
– 20:00 사이드 프로젝트 (에너지: 10%)

시간만 있다고 집중되는 게 아니다.

에너지 없으면 시간 있어도 못 한다.

5. 통제 욕구

타임 블로킹 = 통제

“모든 시간을 내가 통제하면 완벽할 거야.”

하지만:
– 통제할 수 없는 것들 (긴급 업무, 사람들)
– 통제하려다 스트레스만 증가
– 통제 실패 → 자책

시간은 통제할 수 없다. 대응할 수 있을 뿐.

6. 시스템이 목표가 됨

원래 목표: 생산적으로 일하기
바뀐 목표: 타임 블록 지키기

증거:
– 블록 시간 됐는데 집중 안 돼도 억지로 함
– 블록 안 지키면 죄책감
– 계획 세우는 게 일처럼 느껴짐

습관 트래커가 목표가 된 것처럼, 수단이 목적이 됐다.

새로운 방법: 우선순위 3개만

타임 블록 포기.

새 규칙:
1. 매일 아침 가장 중요한 3가지 정하기
2. 시간 블록 없음
3. 언제 할지 계획 안 함
4. 그냥 하기

예시:

오늘의 우선순위:
1. ⭐ 버그 수정
2. ⭐ 기능 개발 1시간
3. ⭐ 문서 작성

규칙:
– 순서대로 할 필요 없음
– 시간 정하지 않음
– 에너지 있을 때 함
– 3개만 하면 성공

하루 진행:

09:00 – 에너지 있음 → 기능 개발 시작
10:00 – 긴급 미팅 요청 → 미팅 감
11:00 – 미팅 끝 → 버그 수정
12:00 – 점심
13:00 – 졸림 → 이메일 답장 (집중 덜 필요한 것)
14:00 – 에너지 회복 → 기능 개발 이어서
16:00 – 동료 질문 대응
16:30 – 문서 작성
17:30 – 3개 다 완료 ✓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중요한 것 완료.

결과:

이전 (타임 블록):
– 계획: 26개 블록
– 완료: 4개 블록 (15%)
– 스트레스: 높음

현재 (우선순위 3개):
– 계획: 3개 작업
– 완료: 3개 작업 (100%)
– 스트레스: 낮음

3개 완료 > 26개 계획 후 실패

지금 나의 시간 관리

아침:

출근하면서 생각.

“오늘 꼭 해야 할 거 3개?”

포스트잇에 적기.

하루:

  • 시간 블록 없음
  • 캘린더 알람 없음
  • 그냥 기회 될 때 하기
  • 에너지 있을 때 집중 필요한 것
  • 에너지 없을 때 루틴 작업

저녁:

포스트잇 보기.

3개 다 했으면 → 성공
2개 했으면 → 괜찮음
1개 했으면 → 내일 이어서

죄책감 없음.

결과:

이전 (타임 블록 시스템):
– 계획 세우는 시간: 주 3시간
– 달성률: 15%
– 죄책감: 매일

현재 (우선순위 3개):
– 계획 세우는 시간: 일 1분
– 달성률: 80%
– 죄책감: 없음

간단한 게 강하다.

결론: 완벽한 계획보다 유연한 대응

타임 블록의 역설:

문제:
– 모든 시간 계획
– 15분 단위 블록
– 완벽주의
– 통제 욕구
– 현실 무시

해결:
– 우선순위 3개만
– 시간 정하지 않기
– 유연하게 대응
– 에너지 고려
– 현실 받아들이기

26개 타임 블록으로 15% 달성하는 것보다,
우선순위 3개로 80% 달성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타임 블록은 없는 것이다.

시간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게 시간 관리다.


P.S. 지금 3년째 우선순위 3개 방식 쓴다. Google Calendar는 미팅만 기록한다. 알람은 하나도 없다. 근데 그때보다 훨씬 많이 한다. 덜 계획하고, 더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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