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을 끊어야 해

스크린타임을 확인했다.
일일 평균: 6시간 47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뉴스…
“이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걸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겠다.
디톡스 앱을 깔기 시작했다

1단계: 앱 차단 앱
설치한 앱:
- Forest – “나무 키우면서 집중하기”
- 집중 시간 동안 나무가 자람
- 중간에 폰 만지면 나무가 죽음
-
귀여움 ✓
-
Freedom – “인터넷 완전 차단”
- 특정 앱/사이트 접근 차단
- 스케줄 설정 가능
-
강력함 ✓
-
One Sec – “앱 열기 전 딜레이”
- 앱 열 때 몇 초 대기
- “정말 열 거야?” 확인
-
마찰 추가 ✓
-
Cold Turkey – “극단적 차단”
- 설정하면 절대 해제 안 됨
- 컴퓨터 재시작해도 유지
- 무서움 ✓
2단계: 스크린타임 추적 앱
- RescueTime – “자동 시간 추적”
- 어떤 앱에 얼마나 썼는지 추적
-
생산성 점수 제공
-
Screen Time (기본) – iOS 기본 앱
- 앱별 사용 시간
-
앱 제한 설정
-
StayFree – “상세 분석”
- 앱 사용 패턴 분석
- 목표 설정
3단계: 집중 앱
- Opal – “AI 기반 차단”
- 사용 패턴 학습
-
자동 차단 제안
-
ScreenZen – “마음챙김 차단”
- 앱 열 때 호흡 유도
-
의도적 사용 장려
-
AppBlock – “스케줄 차단”
- 시간대별 앱 차단
- 위치 기반 차단
총 10개 앱 설치
“이제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 시스템이야!”
디톡스 앱을 관리하는 게 일이 되었다

아침 루틴:
06:00 – 기상
06:05 – Screen Time 확인 (5분)
– 어제 사용량 체크
– “6시간 12분… 줄었네!”
06:10 – RescueTime 확인 (5분)
– 생산성 점수 확인
– “73점… 괜찮네”
06:15 – StayFree 확인 (5분)
– 앱별 상세 분석
– 그래프 확인
06:20 – Forest 설정 (3분)
– 오늘 집중 목표 설정
– 나무 종류 선택
06:23 – Freedom 스케줄 확인 (2분)
– 차단 시간대 확인
– 수정 필요하면 수정
06:25 – Opal 확인 (3분)
– AI 추천 확인
– 새로운 차단 규칙 적용
아침에 디톡스 앱 관리: 23분
점심:
12:00 – 중간 점검 (10분)
– 오전 스크린타임 확인
– 앱 사용 패턴 리뷰
– “유튜브 30분… 조금 많았네”
저녁:
21:00 – 하루 리뷰 (15분)
– 모든 앱 통계 확인
– 내일 계획 수정
– 차단 규칙 조정
디톡스 앱 관리 시간: 하루 48분
생산성 앱 리뷰만 보고 일은 안 한 것처럼, 도구 관리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역설: 스크린타임이 늘었다
설치 전:
– 일일 평균: 6시간 47분
– SNS: 2시간 30분
– 유튜브: 2시간
– 기타: 2시간 17분
설치 1주일 후:
– 일일 평균: 7시간 12분 (↑ 25분)
– SNS: 2시간 10분 (↓ 20분)
– 유튜브: 1시간 40분 (↓ 20분)
– 디톡스 앱: 50분 (NEW!)
– 기타: 2시간 32분 (↑ 15분)
SNS, 유튜브는 줄었는데, 전체 스크린타임은 늘었다.
왜?
디톡스 앱을 쓰는 시간이 추가됐기 때문.
디톡스 앱이 새로운 중독이 되었다
증거 1: 통계 집착
“스크린타임 얼마나 줄었을까?”
확인 빈도:
– Screen Time: 하루 8회
– RescueTime: 하루 5회
– StayFree: 하루 4회
– Opal: 하루 3회
하루 20번 통계 확인
“오, 30분 줄었네!” → 뿌듯함
“앗, 10분 늘었네…” → 스트레스
통계 보는 것도 스크린타임이다.
증거 2: 설정 강박
“차단 설정을 더 최적화해야 해.”
매일:
– Freedom 차단 시간 조정
– Forest 나무 종류 변경
– Opal 규칙 수정
– One Sec 딜레이 시간 조정
설정만 30분
“완벽한 설정을 찾아야 해!”
결과:
설정은 완벽한데, 실제 사용 습관은 안 바뀜.
자동화 워크플로우 만드는 게 일이 된 것처럼,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 되었다.
증거 3: 게이미피케이션 중독
Forest:
– 나무 키우는 게 재미있음
– 나무 죽이면 안 되니까 계속 집중
– 근데 나무 키우는 거 자체가 목표가 됨
“오늘 나무 10그루 키웠어!”
실제로 뭘 했는가?
– Forest 앱 들여다보기
– 나무 자라는 거 구경하기
– 다른 나무 종류 탐색하기
집중 앱을 보느라 집중을 못 했다.
증거 4: 우회 방법 찾기
앱이 차단되면:
“아, 인스타 막혔네…”
생각:
– “잠깐만 보면 안 될까?”
– “긴급한 건데…”
– “차단 해제하는 법 없나?”
검색:
“Freedom 차단 해제하는 법”
“Forest 나무 안 죽이고 나가는 법”
차단 앱을 우회하는 데 에너지를 썼다.
결국 차단 해제하고 SNS 함.
차단 앱 = 우회 대상
차단해도 습관은 안 바뀌었다
인스타그램 차단 실험:
1주차:
– Freedom으로 인스타 24시간 차단
– 결과: 인스타 안 들어감 ✓
– 대신: 트위터 사용량 2배 증가
2주차:
– 트위터도 차단
– 결과: 트위터 안 들어감 ✓
– 대신: 유튜브 사용량 1.5배 증가
3주차:
– 유튜브도 차단
– 결과: 유튜브 안 들어감 ✓
– 대신: 뉴스 앱 사용량 3배 증가
4주차:
– 뉴스도 차단
– 결과: 다 차단됨 ✓
– 대신: 차단 안 된 앱 검색 (앱스토어)
패턴:
A를 차단하면 → B로 이동
B도 차단하면 → C로 이동
모두 차단하면 → 새로운 앱 찾기
문제는 앱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뭔가 자극적인 걸 보고 싶다”는 욕구는 그대로.
앱만 바뀔 뿐.
웹사이트 차단 앱에 집착한 이야기처럼, 외부 통제는 내부 변화 없이는 의미 없다.
디톡스 앱 없이 1주일 실험
“디톡스 앱을 다 삭제하면 어떻게 될까?”
규칙:
– 모든 디톡스 앱 삭제
– 통계 확인 안 하기
– 대신 “의도적 사용” 연습
– 핸드폰 들기 전: “왜 드는 거지?”
Day 1:
디톡스 앱 10개 삭제.
불안함:
“통계 안 보면 얼마나 쓰는지 어떻게 알지?”
“차단 없으면 폰 많이 쓸 것 같은데…”
실제:
– 핸드폰 들 때마다 “왜?” 질문
– 목적 없으면 내려놓기
– 스크린타임: 5시간 (감소!)
Day 3:
습관화 시작.
핸드폰 들기 전:
“지금 뭘 하려고?”
– 목적 있음 → 사용
– 목적 없음 → 안 사용
스크린타임: 4시간 30분
Day 7:
결과:
– 스크린타임: 4시간 (40% 감소)
– 디톡스 앱 관리 시간: 0분
– 의도적 사용: 90%
역설:
디톡스 앱 없을 때 오히려 스크린타임이 더 줄었다.
깨달은 것
디지털 디톡스 앱의 함정:
1. 디톡스 앱도 앱이다
디톡스 앱을 쓰는 것 = 핸드폰 쓰는 것
통계 확인, 설정 조정, 게이미피케이션…
다 스크린타임이다.
2. 외부 통제 < 내부 변화
외부 통제 (앱 차단):
– 강제로 접근 차단
– 우회하고 싶은 욕구 생김
– 차단 해제하면 원상복귀
내부 변화 (의도적 사용):
– 왜 쓰는지 인식
– 자발적으로 줄임
– 지속 가능
3. 앱 차단 ≠ 습관 변화
A 앱 차단 → B 앱 사용
모든 앱 차단 → 새 앱 찾기
문제는 앱이 아니라 “자극 추구 습관”
4. 게이미피케이션의 역효과
Forest 나무 키우기:
– 게임처럼 재미있음
– 나무 키우는 게 목표가 됨
– 진짜 집중은 안 됨
게임 요소가 오히려 집중을 방해
5. 통계 집착 = 새로운 중독
하루 20번 스크린타임 확인:
– “줄었나?” 확인
– 이것도 스크린타임
– 숫자에 집착
앱 사용 시간 추적 앱에 집착한 이야기처럼, 측정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새로운 원칙
1. 앱 대신 질문
핸드폰 들기 전:
“지금 뭘 하려고?”
- 목적 있음 → 사용
- 목적 없음 → 내려놓기
2. 통계 확인 최소화
- 일주일에 1번만 확인
- 매일 확인 금지
- 숫자에 집착 안 하기
3. 환경 설계
앱 차단 대신:
–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기
– 알림 전부 끄기
– 홈화면 앱 최소화
물리적 거리 = 심리적 거리
4. 대체 활동
핸드폰 대신:
– 책 읽기
– 산책하기
– 사람과 대화하기
“안 쓰기”보다 “다른 걸 하기”
5. 점진적 감소
급격한 디톡스 ❌
– 반동으로 더 많이 씀
점진적 감소 ✓
– 하루 30분씩 줄이기
– 지속 가능
지금 나의 시스템
디톡스 앱: 0개
대신:
– 핸드폰을 책상 서랍에 보관
– 알림 전부 끔
– 하루 2번만 확인 (오전/저녁)
규칙:
– 들기 전 “왜?” 질문
– 목적 없으면 안 들기
– 통계 확인 주 1회만
결과:
이전 (디톡스 앱 10개):
– 스크린타임: 7시간 12분
– 디톡스 앱 관리: 50분
– 실제 줄인 시간: 0분
현재 (디톡스 앱 0개):
– 스크린타임: 3시간 30분
– 관리 시간: 0분
– 실제 줄인 시간: 3시간 42분
앱 10개 삭제 → 스크린타임 52% 감소
결론: 앱 없이 의도만 있으면 된다
디지털 디톡스 앱의 역설:
문제:
– 디톡스 앱이 새로운 스크린타임
– 통계 집착
– 외부 통제에 의존
– 습관은 안 바뀜
해결:
– 앱 삭제
– “왜?” 질문
– 환경 설계
– 의도적 사용
10개 디톡스 앱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왜 핸드폰 드는 거지?” 한 마디가 100배 효과적이다.
가장 좋은 디지털 디톡스는 앱이 아니라 의도다.
디톡스 앱 관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목표다.
P.S. 이 글을 쓰는 동안 핸드폰은 다른 방에 있었다. Forest 앱 없이도 3시간 집중했다. 나무는 안 자랐지만, 글은 완성됐다. 그게 중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