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앱 리뷰만 3개월 보다가 아무것도 안 했다

완벽한 앱만 찾으면 생산적일 거야

완벽한 앱만 찾으면 생산적일 거야

“생산성이 낮은 건 앱이 맞지 않아서야.”

유튜브 추천에 뜬 영상: “2024 최고의 생산성 앱 TOP 10”

“오, 나도 이 앱들을 써봐야겠다.”

완벽한 생산성 앱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무한 비교의 늪

무한 비교의 늪

1주차: 노트 앱 전쟁

“어떤 노트 앱이 제일 좋을까?”

후보:
1. Notion – “만능 도구”
2. Obsidian – “제텔카스텐 최적화”
3. Roam Research – “양방향 링크”
4. Logseq – “오픈소스 Roam”
5. Evernote – “원조”
6. OneNote – “무료”
7. Bear – “예쁨”
8. Apple Notes – “간단함”

리서치 시작:

월요일:
– “Notion vs Obsidian 비교” 영상 5개 시청 (2시간)
– 레딧 토론 읽기 (1시간)
– 블로그 리뷰 10개 (1시간)

화요일:
– Notion 무료 체험 시작
– 템플릿 찾기 (2시간)
– 설정하기 (1시간)
– 튜토리얼 영상 시청 (1시간)

수요일:
– “Notion 너무 느린데?”
– “Obsidian이 더 빠르대”
– Obsidian 설치
– 플러그인 찾기 (2시간)
– 테마 설정 (1시간)

목요일:
– “Obsidian 모바일 동기화가 불편한데?”
– “Logseq가 더 좋대”
– Logseq 설치 및 설정 (2시간)

금요일:
– “다 복잡한데 그냥 Apple Notes 쓸까?”
– Apple Notes 테스트 (30분)
– “기능이 너무 없네…”
– 다시 Notion 고민

주말:
– 8개 앱 모두 재설치
– 같은 노트를 8개 앱에 다 작성해보기
– 비교표 만들기

1주일 소요 시간: 25시간

실제로 작성한 노트: 테스트용 1개

완벽한 노트 분류 시스템만 만들고 노트는 안 쓴 것처럼, 도구 선택에 집착하다 노트는 안 썼다.

2주차: To-Do 앱 전쟁

“완벽한 작업 관리 앱을 찾아야 해.”

후보:
1. Todoist – “심플함”
2. Things – “디자인 예쁨”
3. TickTick – “기능 많음”
4. Omnifocus – “파워유저용”
5. Any.do – “AI 추천”
6. Microsoft To Do – “무료”
7. Google Tasks – “통합”
8. Apple Reminders – “기본 앱”

또 시작된 리서치:

각 앱마다:
1. 소개 영상 시청 (30분)
2. 설치 및 설정 (20분)
3. 테스트 작업 입력 (10분)
4. 불만 발견
5. 다음 앱으로

총 8개 앱 × 1시간 = 8시간

“아직도 완벽한 앱을 못 찾았어.”

3주차: 시간 관리 앱 전쟁

“시간 관리 앱도 필요해.”

후보:
– Toggl Track
– RescueTime
– Clockify
– Forest
– Focus Keeper
– Be Focused
– Timery
– Hours

패턴 반복: 10시간 소요

4주차: 습관 트래커 전쟁

  • Habitica
  • Streaks
  • Done
  • HabitBull
  • Loop Habit Tracker
  • Productive
  • Strides
  • Way of Life

패턴 반복: 8시간 소요

리뷰 영상을 끝없이 봤다

리뷰 영상을 끝없이 봤다

유튜브 시청 기록:

“2024 최고의 노트 앱” – 15분
“Notion이 Obsidian보다 나은 7가지 이유” – 12분
“내가 Notion을 버린 이유” – 18분
“Obsidian 완벽 가이드” – 45분
“생산성 앱 셋업 투어” – 22분
“내가 쓰는 10가지 생산성 앱” – 20분
“Things vs Todoist 솔직 비교” – 17분
“Notion 템플릿 10개 추천” – 25분

한 달 동안 시청한 생산성 앱 리뷰: 82개
총 시간: 약 30시간

시청하면서 든 생각:

1번 영상: “Notion이 답이네!”
2번 영상: “아니네, Obsidian이 더 좋네!”
3번 영상: “역시 Notion이 맞네!”
4번 영상: “아니다, 둘 다 쓰는 게 답이네!”
5번 영상: “그냥 Apple Notes면 되네!”
6번 영상: “아니지, 제대로 된 도구가 필요해!”

결론: 없음. 계속 반복.

생산성 콘텐츠만 보다가 정작 일은 안 한 것처럼, 리뷰만 보고 실행은 안 했다.

비교표를 만드는 게 취미가 됐다

나의 걸작: “생산성 앱 비교 스프레드시트”

열(Column):
– 앱 이름
– 가격 (무료/유료/구독)
– 플랫폼 (iOS/Android/Web/Mac/Windows)
– 주요 기능
– 장점
– 단점
– 사용자 평점
– 내 평가 (10점 만점)
– 리뷰 영상 링크
– 무료 체험 기간
– 학습 곡선
– 디자인 점수
– 속도
– 동기화
– 오프라인 모드
– 커뮤니티 크기

행(Row): 47개 앱

작성 시간: 12시간

완성하고 나서 뿌듯했다.

“이제 완벽한 비교표가 있으니, 최적의 앱을 선택할 수 있어!”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비교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러웠다.

예시: 노트 앱

기능 Notion Obsidian Logseq
속도 3/5 5/5 4/5
기능 5/5 4/5 4/5
디자인 5/5 3/5 3/5
가격 무료 무료 무료
동기화 쉬움 복잡 보통

“음… Notion은 느린데 기능이 많고, Obsidian은 빠른데 디자인이 별로고…”

완벽한 앱은 없었다.

모든 앱은 장단점이 있었다.

비교표를 만들수록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완벽한 책상 환경을 찾으려고 끝없이 조정한 것처럼, 완벽을 찾다가 결정을 못 했다.

무료 체험 지옥

“일단 다 써보고 결정하자.”

30일 무료 체험:

1일차: Notion Premium
“오, 기능 많네!”
설정하는 데 3시간 소요

3일차: TickTick Premium
“이것도 괜찮은데?”
마이그레이션 2시간

5일차: Things
“디자인 예쁘네!”
재설정 1시간

7일차: Craft
“이것도 좋은데?”
또 설정 2시간

10일차: Sunsama
“이건 진짜 좋은 것 같아!”
설정 3시간

14일차: Motion
“AI가 일정 자동 관리한다고?”
설정 2시간

패턴:
1. 새 앱 설치
2. 설정하는 데 2-3시간
3. 하루 이틀 써보기
4. 문제점 발견
5. “완벽하지 않네”
6. 다른 앱 리뷰 찾기
7. 반복

한 달 동안 무료 체험한 앱: 23개

총 설정 시간: 47시간

결국 선택한 앱: 없음 (아직도 고민 중)

커뮤니티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다른 사람들은 뭘 쓸까?”

레딧 탐험:

r/productivity 가입
r/Notion 가입
r/ObsidianMD 가입
r/gtd 가입
r/bujo 가입

매일 루틴:
1. “What’s your productivity stack?” 글 읽기
2. 댓글 수십 개 읽기
3. “오, 이 조합 좋은데!”
4. 따라해보기
5. 맞지 않음
6. 다시 1번

3주간 읽은 글: 약 200개

시간: 20시간

깨달은 것:

모든 사람의 추천이 다르다:
– A: “Notion 최고!”
– B: “Notion 너무 느려요. Obsidian 추천.”
– C: “둘 다 과함. Apple Notes면 충분.”
– D: “진짜 프로는 Emacs + Org-mode”
– E: “종이 노트가 최고죠.”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답: 모든 사람의 환경과 필요가 다르다.

나한테 맞는 앱은 나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다른 사람의 의견만 찾았다.

완벽한 셋업을 찾는 게 목표가 됐다

“생산성 유튜버들처럼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

목표한 “완벽한 생산성 스택”:

  1. 노트: Obsidian (지식 관리)
  2. 작업 관리: Todoist (할 일)
  3. 캘린더: Fantastical (일정)
  4. 시간 추적: Toggl (시간 기록)
  5. 습관: Streaks (습관 트래킹)
  6. 포모도로: Forest (집중)
  7. 이메일: Superhuman (이메일 관리)
  8. 독서: Readwise (하이라이트)
  9. 프로젝트: Notion (큰 프로젝트)
  10. 자동화: Zapier (연동)

셋업하는 데 소요된 시간: 2주 (약 40시간)

결과:

1주차:
“완벽한 시스템이야!”
매일 10개 앱을 열고 체크하고 기록함
하루 1시간 소요

2주차:
“너무 복잡한데…?”
앱 여는 게 귀찮아짐

3주차:
실제로 쓰는 앱: 2-3개
나머지 7-8개: 방치

4주차:
“이거 유지하는 게 더 스트레스네…”
대부분 삭제

복잡한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만들었지만 유지 보수가 더 힘든 것처럼, 복잡한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앱 바꾸는 게 일이 됐다

한 달 타임라인:

1주차: Notion → Obsidian
– “Notion 너무 느려”
– 모든 노트 마이그레이션: 5시간

2주차: Obsidian → Logseq
– “양방향 링크가 더 좋대”
– 다시 마이그레이션: 3시간

3주차: Logseq → Notion
– “역시 Notion이 익숙해”
– 또 마이그레이션: 4시간

4주차: Notion → Apple Notes
– “복잡한 거 다 필요 없어”
– 단순화: 2시간

총 마이그레이션 시간: 14시간

실제로 쓴 노트: 7개 (테스트 노트 포함)

노트 하나당 마이그레이션 2시간씩 쓴 셈.

이메일 정리 시스템만 바꾸고 답장은 안 한 것처럼, 도구만 바꾸고 실제 작업은 안 했다.

앱을 찾는 게 일을 안 하는 핑계였다

어느 날 깨달았다.

“완벽한 앱을 찾으면 생산적일 거야.”

이 문장의 진짜 의미:

“완벽한 앱이 없으니까 지금은 생산적이지 않아도 돼.”

핑계의 진화:

이전:
“할 일이 많아서 못 하겠어.”

앱 탐색 후:
“완벽한 앱을 아직 못 찾아서 못 하겠어.”

문제는 앱이 아니라 미루기였다.

증거:

카페에서 냅킨에 펜으로 할 일 3개 적고 다 했던 날:
– 도구: 냅킨 + 펜
– 소요 시간: 2시간
– 결과: 3개 완료 ✅

집에서 10개 앱 켜고 시스템 정리만 했던 날:
– 도구: Notion + Todoist + Toggl + …
– 소요 시간: 3시간
– 결과: 할 일 0개 완료 ❌

도구가 문제가 아니었다.

3개월 후 깨달음

총 투자:
– 시간: 약 150시간
– 돈: 구독료 약 40만원
– 테스트한 앱: 47개

생산성 변화:
– 완료한 프로젝트: 0개
– 작성한 노트: 23개 (대부분 테스트)
– 완료한 할 일: 매우 적음

역설:
완벽한 생산성 도구를 찾느라 생산적이지 못했다.

실험: 1주일 앱 금지

“앱 없이 1주일만 살아보자.”

규칙:
– 생산성 앱 전부 삭제
– 종이 노트 + 펜만 사용
– 앱 리뷰 영상 보지 않기

결과:

1일차:
– 불안함
– “앱 없이 어떻게 관리하지?”
– 그래도 종이에 할 일 3개 적음
– 2개 완료

3일차:
– 종이 노트에 익숙해짐
– 할 일 5개 적음
– 4개 완료

7일차:
– 가장 생산적인 한 주
– 프로젝트 1개 완료
– 블로그 글 3개 작성
– 책 1권 완독

사용한 도구:
– A4 용지
– 볼펜
– 그게 다

역설:
도구가 단순할수록 생산성이 높았다.

깨달은 것

생산성 앱의 함정:

1. 도구 선택이 미루기 전략

“완벽한 도구를 찾으면 시작할게” = “지금은 안 해도 돼”

2. 비교는 끝이 없다

모든 앱은 장단점이 있다.
100% 완벽한 앱은 없다.
비교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럽다.

3. 복잡함은 적이다

  • 앱 10개 = 관리하는 게 일
  • 앱 1-2개 = 실제로 일함

4. 도구는 5% 영향

생산성 = 도구(5%) + 습관(95%)

완벽한 도구 + 나쁜 습관 = 0
기본 도구 + 좋은 습관 = 100

5. 시작이 선택보다 중요

❌ 완벽한 도구 선택 (2개월) → 시작
✅ 지금 있는 도구로 시작 (즉시) → 필요하면 바꾸기

습관 트래커 앱만 바꾸고 습관은 안 만든 것처럼, 도구보다 실행이 중요했다.

새로운 원칙

1. 3-7-30 룰

새 앱 고려 전:
3분 리서치: 기본 정보만 확인
7일 테스트: 실제로 일주일 써보기
30일 유지: 한 달 쓰고도 좋으면 유지

→ 이 과정 없이 앱 바꾸지 않기

2. 이미 있는 걸로 시작

  • 노트: 지금 쓰는 앱
  • 할 일: 종이 or 기본 앱
  • 시간 관리: 타이머

→ 3개월 써보고 정말 불편하면 그때 바꾸기

3. 리뷰 영상 제한

앱 리뷰 영상: 1개만 시청
→ 더 보고 싶어도 참기
→ 비교는 2개까지만

4. 무료 체험 = 실제 사용

무료 체험할 때:
– 설정하지 말기
– 바로 실제 작업 시작
– 불편하면 포기
– 완벽하지 않아도 OK

5. 도구 < 작업

앱 고르는 시간: 최대 1시간
그 이상이면 그냥 첫 번째 선택으로 시작

지금 나의 생산성 스택

앱 3개:

  1. Apple Notes (노트)
  2. 이유: 이미 있음, 빠름, 동기화 자동
  3. 완벽하지 않음: OK

  4. Apple Reminders (할 일)

  5. 이유: 이미 있음, 간단함
  6. 기능 적음: 충분함

  7. 종이 노트

  8. 이유: 생각 정리
  9. 디지털 아님: 오히려 좋음

버린 것:
– Notion, Obsidian, Todoist, Things…
– 총 44개 앱

결과:
– 앱 관리 시간: 0시간
– 실제 작업 시간: 증가
– 생산성: 3배 상승

결론: 시작이 선택보다 중요

생산성 앱 리뷰의 역설:

문제:
– 완벽한 도구 찾기에 집착
– 리뷰만 보고 실행 안 함
– 도구 선택이 미루기 핑계

해결:
– 지금 있는 도구로 바로 시작
– 리뷰 보는 시간 제한
– 도구는 나중에 바꾸면 됨

150시간 들여서 완벽한 앱을 찾기보다,
지금 있는 앱으로 150시간 일하는 게 1000배 낫다.

완벽한 도구를 찾는 것보다 불완전한 도구로 시작하는 게 생산적이다.

생산성의 적은 나쁜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고르느라 시작을 안 하는 것이다.


P.S. 이 글은 Apple Notes에 썼다. Notion도 Obsidian도 아닌 가장 기본적인 앱. 하지만 완벽하게 잘 썼다.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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