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환경이면 일이 잘 될 거야

“생산성 유튜버들은 다 멋진 책상을 가지고 있잖아.”
Pinterest에서 본 미니멀 책상 세팅이 부러웠다.
- 깔끔한 책상
- 듀얼 모니터
- 감성 조명
- 관엽식물
-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이런 환경이면 나도 집중력이 2배가 될 거야.”
완벽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완벽한 세팅을 시작했다

Phase 1: 책상 (1주차)
현재 책상: 작고 낡음
“새 책상을 사야 해.”
리서치 시작:
– IKEA vs 한샘 vs 일룸 비교 (3시간)
– 크기: 120cm vs 140cm vs 160cm (2시간)
– 높이 조절 책상 vs 고정 책상 (2시간)
– 유튜브 리뷰 15개 시청 (5시간)
– 온라인 커뮤니티 후기 검색 (3시간)
총 리서치 시간: 15시간
결정: 140cm 높이 조절 책상 (스탠딩 데스크)
“이제 서서도 일할 수 있어! 생산성 UP!”
Phase 2: 의자 (2주차)
“좋은 의자가 생산성의 핵심이래.”
리서치:
– 허먼밀러 vs 시디즈 vs 듀오백 (4시간)
– 에어론 체어 vs 엠보디 vs 미라2 (3시간)
– 가격대별 비교 (2시간)
– 매장 방문 5곳, 시연 (6시간)
– 리뷰 영상 20개 시청 (6시간)
총 리서치 시간: 21시간
결정: 인체공학 의자 (중고급형)
“이제 허리 안 아프게 오래 앉아서 일할 수 있어!”
Phase 3: 모니터 (3주차)
“듀얼 모니터면 멀티태스킹이 훨씬 편하겠지?”
리서치:
– 27인치 vs 32인치 (2시간)
– 4K vs QHD vs FHD (3시간)
– IPS vs VA (2시간)
– 주사율 60Hz vs 75Hz (1시간)
– 브랜드 비교 (3시간)
– 모니터 암 종류 (2시간)
총 리서치 시간: 13시간
구매:
– 27인치 QHD 모니터 2대
– 듀얼 모니터 암
“이제 한 화면에 코드, 다른 화면에 문서를 띄울 수 있어!”
Phase 4: 주변기기 (4주차)
“진정한 미니멀 세팅은 무선이지.”
구매 목록:
– 무선 키보드 (기계식) – 리서치 8시간
– 무선 마우스 (인체공학) – 리서치 4시간
– 마우스패드 (대형) – 리서치 2시간
– 헤드폰 (노이즈 캔슬링) – 리서치 6시간
– USB 허브 – 리서치 1시간
– 케이블 정리 용품 – 리서치 2시간
총 리서치 시간: 23시간
“이제 완벽해!”
Phase 5: 조명과 분위기 (5-6주차)
“조명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대.”
구매:
– 모니터 라이트 (화면 반사 방지)
– 스탠드 (색온도 조절 가능)
– LED 스트립 (분위기용)
– 관엽식물 3개
– 책꽂이
– 작은 수납함들
총 시간: 12시간
“Pinterest에서 본 것처럼 감성적이야!”
세팅이 끝나지 않았다

총 투자:
– 시간: 84시간
– 돈: 약 300만원
“이제 완벽한 환경이니까 일이 술술 풀리겠지?”
그런데…
Day 1: 첫 작업 시작
책상에 앉았다.
“어? 모니터 높이가 좀 낮은데?”
모니터 암 조정: 20분
“키보드 위치가 좀 애매한데?”
키보드 위치 조정: 10분
“의자 높이도 다시 맞춰야겠다.”
의자 높이 조정: 10분
“아, 책상도 높이 조절해야지.”
스탠딩 데스크 높이 조절: 5분
“완벽해! 이제 시작하자.”
45분 소요
일하려고 문서를 열었는데…
“음… 듀얼 모니터 배치가 마음에 안 드는데? 가로 배치 vs 세로 배치?”
유튜브에서 “듀얼 모니터 최적 배치” 검색
30분 소요
다시 배치 변경.
“이제 완벽해!”
집중하려는데…
“조명이 너무 밝은 것 같은데?”
조명 밝기 조절: 10분
“색온도는 몇 K가 좋지? 4000K? 5000K?”
검색: 20분
결국 첫 날 실제 작업: 0시간
Day 2-7: 계속되는 조정
매일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
- 월요일: 모니터 각도 조정 (30분)
- 화요일: 케이블 정리 재정비 (1시간)
- 수요일: 키보드-마우스 위치 재조정 (20분)
- 목요일: 스탠딩 vs 앉기 최적 시간 실험 (1시간)
- 금요일: 의자 팔걸이 높이 조정 (15분)
- 토요일: 전체 배치 재구성 (2시간)
- 일요일: 모니터 라이트 각도 조정 (30분)
총 실제 작업 시간: 3시간
포모도로 타이머 설정만 30분씩 조정한 것처럼, 환경 최적화에 집착하다 실제 일은 안 했다.
완벽한 세팅이 목표가 되었다
2개월차:
“생산성 유튜버가 새로운 세팅 영상을 올렸네?”
영상 제목: “나의 2024 책상 투어 | 미니멀 세팅”
“오, 저 모니터 배치가 더 좋아 보이는데?”
영감을 받아서:
1. 모니터 배치 재변경 (1시간)
2. 케이블 정리 방법 변경 (2시간)
3. 소품 재배치 (1시간)
“더 좋아졌어!”
다음 주:
다른 유튜버: “저는 이렇게 세팅합니다”
“오, 저 방법도 괜찮은데?”
또 변경.
패턴:
1. 생산성 유튜버 영상 시청
2. “저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생각
3. 세팅 변경
4. 만족
5. 1주일 후 다른 영상 시청
6. 반복
결과:
– 책상 세팅 변경: 12회
– 실제 작업 효율: 변화 없음
완벽한 노트 앱 분류 시스템만 만들고 노트는 안 쓴 것처럼, 완벽한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스탠딩 데스크의 함정
“스탠딩 데스크가 건강에 좋대! 생산성도 올라간대!”
현실:
1주차:
– 서서 일하기: 흥미로움
– 하루 2-3시간 서서 작업
– “오, 뭔가 새롭네!”
2주차:
– 서서 일하기: 다리 아픔
– 하루 1시간만 서서 작업
– “생각보다 힘드네”
3주차:
– 서서 일하기: 가끔
– 일주일에 2-3번
– “귀찮아…”
4주차 이후:
– 서서 일하기: 거의 안 함
– 높이 조절 기능: 사용 안 함
– 40만원 더 주고 산 기능을 쓰지 않음
스탠딩 데스크가 그냥 비싼 일반 책상이 되었다.
듀얼 모니터가 오히려 방해
“듀얼 모니터면 멀티태스킹이 완벽하겠지?”
기대:
– 왼쪽: 코드
– 오른쪽: 문서
– 효율 UP!
현실:
패턴 1: 정신 산만
– 왼쪽: 작업
– 오른쪽: 유튜브
“잠깐만 배경음악으로…”
한 시간 후: 유튜브만 봄
패턴 2: 한 모니터만 사용
대부분의 작업:
– 코드만 씀 → 한 모니터
– 글 쓰기 → 한 모니터
– 디자인 → 한 모니터
듀얼 모니터가 필요한 경우: 20%
80%는 한 모니터면 충분했다.
여러 생산성 앱을 설치했지만 2-3개만 쓰는 것처럼, 많은 게 항상 좋은 건 아니었다.
완벽한 환경인데 일이 안 됐다
3개월 후 통계:
투자:
– 시간: 120시간 이상
– 돈: 350만원
생산성 변화:
– 이전: 하루 5시간 집중
– 이후: 하루 4시간 집중
오히려 감소.
이유:
1. 세팅 조정에 시간 소비
2. 새 장비 적응 기간
3. “완벽한 환경”을 핑계로 미루기
핑계의 변화:
이전:
“책상이 불편해서 집중이 안 돼.”
이후:
“모니터 각도가 완벽하지 않아서 집중이 안 돼.”
문제는 책상이 아니라 미루기였다.
커피숍에서 더 잘 됐다
어느 날, 카페에서 노트북만 들고 작업했다.
환경:
– 작은 테이블
– 노트북 하나
– 시끄러운 배경음
– 불편한 의자
결과:
– 3시간 만에 작업 완료
– 집중력: 최고
– 방해 요소: 없음
왜?
집:
– “모니터 각도가…”
– “조명이…”
– “의자가…”
– “유튜브 영상이…”
카페:
– 할 수 있는 게 일밖에 없음
– 조정할 게 없음
– 그냥 함
완벽한 투두리스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실행은 안 한 것처럼, 완벽한 환경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었다.
미니멀이 목표가 되었다
“생산성 전문가들은 다 깔끔한 책상을 가지고 있어.”
집착 시작:
규칙:
1. 책상 위에 물건 3개 이하
2. 케이블 하나도 보이면 안 됨
3. 매일 정리 정돈
결과:
매일 루틴:
– 작업 후 모든 걸 서랍에 넣기: 10분
– 작업 전 모든 걸 다시 꺼내기: 10분
하루 20분 소비
자주 쓰는 물건 (펜, 노트, 계산기)도 매번 서랍에서 꺼냄.
“깔끔해야 생산적이야.”
어느 날 깨달음:
“깔끔한 책상 = 생산적”이 아니라
“깔끔한 책상 = 보기 좋음”일 뿐.
실제 생산성과는 무관.
데스크톱 아이콘 정리에 집착한 것처럼, 깔끔함이 목표가 되면 본질을 놓친다.
세팅을 포기했다
6개월 후:
대부분을 단순화했다.
남긴 것:
– 책상 (그냥 쓰기)
– 의자 (조정 안 함)
– 모니터 1개 (듀얼 중 하나 제거)
– 기본 키보드, 마우스
버린 것:
– 완벽한 배치 집착
– 매일 조정
– 미니멀 강박
– 스탠딩 데스크 기능
새로운 원칙:
“앉아서 바로 일하기”
조정하지 말고, 그냥 일하기.
깨달은 것
완벽한 작업 환경의 함정:
1. 환경은 핑계를 제공한다
나쁜 환경:
“책상이 불편해서 집중 안 돼.”
좋은 환경:
“모니터 각도가 완벽하지 않아서 집중 안 돼.”
→ 핑계는 항상 있다
2. 생산성은 환경이 아니라 습관
환경 좋음 + 습관 없음 = 생산성 0
환경 나쁨 + 습관 좋음 = 생산성 높음
진짜 생산적인 사람은 어디서든 일한다.
3. 최적화는 끝이 없다
- 모니터 높이 1cm 조정
- 의자 각도 1도 조정
- 조명 색온도 100K 조정
→ 영원히 완벽할 수 없다
4. 80%면 충분하다
100% 완벽한 환경을 위해 100시간 쓰는 것보다,
80% 환경에서 바로 시작하는 게 100배 낫다.
5. 비싼 장비 ≠ 생산성
- 300만원 세팅 = 생산성 4시간
- 노트북 하나 = 생산성 5시간
장비는 일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짜 필요한 것
Tier 1: 필수 (없으면 일 못 함)
– 컴퓨터
– 의자
– 책상
– 인터넷
Tier 2: 유용함 (있으면 편함)
– 큰 모니터 1개
– 편한 의자 (굳이 고급 아니어도 됨)
– 적당한 조명
Tier 3: 있으면 좋음 (사치)
– 듀얼 모니터
– 고급 의자
– 기계식 키보드
– 스탠딩 데스크
– 감성 소품
대부분의 사람: Tier 1-2면 충분
Tier 3는 실제 생산성에 거의 영향 없음.
새로운 원칙
1. 일단 시작, 나중에 조정
❌ 환경 완벽하게 만들고 → 일 시작
✅ 일 시작 → 불편하면 조정
2. 6개월 룰
새 장비 구매 전:
– 6개월 불편했는가?
– 6개월 후에도 필요한가?
→ YES면 구매
→ NO면 참기
3. 조정은 주 1회
매일 세팅 만지지 말기.
일주일에 한 번만 조정.
4. 리서치 시간 제한
장비 구매 리서치: 최대 2시간
→ 초과하면 그냥 제일 무난한 거 사기
5. 완벽 포기하기
80% 세팅에서 시작
100% 추구 안 함
결론: 환경은 핑계일 뿐
완벽한 작업 환경의 역설:
문제:
– 환경 만들기에 집착
– 조정에 시간 소비
– 완벽해야 일할 수 있다는 착각
진실:
– 환경은 5% 영향
– 습관이 95% 영향
– 어디서든 일하는 게 진짜 생산성
350만원, 120시간 들여서 완벽한 환경을 만들기보다,
노트북 하나 들고 카페 가서 3시간 집중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생산적인 환경은 완벽한 환경이 아니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다.
P.S. 지금 이 글은 카페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13인치 노트북 하나로 썼다. 집의 듀얼 모니터보다 훨씬 빠르게 썼다. 환경이 아니라 집중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