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이것도 배워야 하고, 저것도 배워야 하는데…”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Python 프로그래밍
- 영상 편집
- 그래픽 디자인
- 디지털 마케팅
- 글쓰기
- 데이터 분석
- 사진 촬영
- …
“온라인 강의로 다 배울 수 있잖아!”
강의 쇼핑 시작

첫 구매: Udemy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강의 90% 할인!”
- Python 완전 정복: $9.99
- 웹 개발 부트캠프: $9.99
- 데이터 사이언스 마스터: $9.99
“$10에 40시간 강의를! 완전 이득이네!”
장바구니에 10개 담음 → 결제: $99.90
두 번째 구매: Coursera
“스탠포드 교수 강의를 무료로!”
- Machine Learning – Andrew Ng
- UX Design 전문가 과정
- Digital Marketing
“세계적인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플러스 구독: $49/month
세 번째 구매: 클래스101
“취미도 배우고 싶어.”
- 수채화 클래스
- 캘리그라피
- 영상 편집 클래스
구독권: ₩20,000/month
그 외:
– LinkedIn Learning
– Skillshare
– Masterclass
– edX
– Khan Academy
6개월 후:
총 구매한 강의: 148개
총 지출: $847 + ₩240,000
“이제 뭐든 배울 수 있어!”
완벽한 학습 플랜
모든 강의를 정리했다.
Notion 학습 대시보드:
1. 강의 목록 (148개)
– 플랫폼별 분류
– 카테고리별 분류
– 우선순위 태그
Evernote에 노트를 수집했던 것처럼, 강의도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2. 학습 일정
– 월요일: Python 강의 1시간
– 화요일: 디자인 강의 1시간
– 수요일: 마케팅 강의 1시간
– 목요일: 영상 편집 1시간
– 금요일: 복습
– 주말: 프로젝트 실습
하루 1시간씩 학습하면:
148개 × 평균 20시간 = 2,960시간
하루 1시간 = 2,960일 = 8.1년
“천천히 하나씩 완강하면 되지!”
강의를 시작했다
1주차: Python 강의
열정 가득. 강의를 시작했다.
- 섹션 1: 소개 (30분) ✅
- 섹션 2: 변수와 데이터 타입 (1시간) ✅
- 섹션 3: 조건문 (1시간) ✅
“재밌네! 이 속도면 한 달 안에 끝나겠는걸?”
2주차: 새로운 관심사
YouTube 추천에 Figma 디자인 영상이 떴다.
“아, 나도 UI 디자인 배우고 싶은데!”
Udemy에서 “Figma 마스터 클래스” 검색 → 구매 ($9.99)
“Python은 잠깐 멈추고, 디자인부터 배워볼까?”
- Python 강의 진도: 15% (중단)
- Figma 강의 시작
3주차: 또 다른 세일
이메일 알림: “Udemy 48시간 특가! 모든 강의 $9.99!”
“놓칠 수 없지!”
- 웹 개발 풀스택 부트캠프
- React 완전 정복
- Node.js 마스터
3개 추가 구매: $29.97
“나중에 필요할 때 할인가로 미리 사두는 거야.”
4주차: 학습 피로
Figma 강의 진도: 20%
“집중이 안 되네… 다른 거 해볼까?”
클래스101에서 수채화 클래스 시작.
“취미도 있어야 번아웃 안 오지.”
결과:
– Python: 15% 중단
– Figma: 20% 중단
– 수채화: 10% 진행 중
강의 무덤

6개월 후, 학습 현황을 확인했다.
통계:
완강한 강의: 3개 (2%)
1. Python 기초 (5시간) – 짧아서 끝냄
2. Notion 활용법 (2시간) – 짧아서 끝냄
3. 스마트폰 사진 촬영 (3시간) – 짧아서 끝냄
진행 중 (실제론 중단): 27개 (18%)
– 진도율 5-30%
– 마지막 학습: 1개월 이상 전
시작도 안 함: 118개 (80%)
– 구매만 함
– 플레이리스트에만 있음
– 언젠가 볼 거라고 생각
총 학습 시간: 47시간
총 지출: $847 + ₩240,000
시간당 비용: 약 $30
일반 학원보다 비싸다.
왜 완강을 못 했을까?
이유 1: 강의가 너무 길다
평균 강의 길이: 20-40시간
- “완전 정복” 시리즈: 40시간
- “부트캠프” 시리즈: 60시간
- “마스터 클래스”: 30시간
문제:
– 섹션 1-2는 재밌음
– 섹션 5부터 지루함
– 섹션 10은 도달 못 함
이유 2: 구매가 학습의 착각을 만들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유 착각(Ownership Illusion)”.
강의를 구매하면:
– 뭔가 배운 것 같은 느낌
– 뿌듯한 기분
– “언젠가 볼 거야”
하지만:
– 실제로 안 봄
– 시작도 안 함
– 그냥 쌓임
비유:
책을 사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의 차이.
책장에 책 100권 있어도, 읽지 않으면 의미 없다.
독서 기록 앱에 책을 등록만 하고 읽지 않았던 것처럼, 강의를 구매하는 것이 학습한 것 같은 착각을 만들었다.
이유 3: 할인이 과소비를 부추겼다
“$9.99밖에 안 해! 안 사면 손해!”
실제:
– 정가: $199.99
– 할인가: $9.99
– 95% 할인!
함정:
– 항상 할인 중
– 할인이 끝나면 또 할인
– 긴급함을 조작
결과:
“나중에 쓸 거야” → 148개 구매 → 3개만 완강
이유 4: 선택 과부하
148개 중 오늘 뭘 볼까?
- Python? 디자인? 마케팅?
- 너무 많아서 선택 못 함
- “일단 YouTube나 볼까…”
- 강의 시작 안 함
역설: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을 못 한다.
북마크를 847개 모았지만 결국 구글 검색만 썼던 것처럼,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선택 마비가 온다.
이유 5: 동기부여 부족
온라인 강의는:
– 언제든 볼 수 있음 = 언제든 미룰 수 있음
– 마감이 없음 = 급하지 않음
– 강제성 없음 = 자율은 곧 방치
결과:
“오늘은 바쁘니까 내일 하지” → 내일도 안 함 → 잊음
강의 구매를 멈췄다

8개월 후, 모든 구독을 취소했다.
취소한 것:
– Coursera Plus: $49/month → 취소
– 클래스101: ₩20,000/month → 취소
– LinkedIn Learning: $29.99/month → 취소
– Skillshare: $19/month → 취소
정리한 것:
– 148개 강의 → 10개만 남김
– 나머지 138개: “언젠가” 리스트에서 삭제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파일을 모았지만 정작 쓰지 않았던 것처럼, 강의도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남긴 강의 (10개):
기준:
1. 짧다 (5-10시간 이내)
2. 실용적이다 (당장 쓸 수 있음)
3. 구체적이다 (“완전 정복” 아닌 “특정 기능”)
예시:
– ❌ “Python 완전 정복” (40시간)
– ✅ “Python으로 엑셀 자동화” (5시간)
- ❌ “웹 개발 풀스택 부트캠프” (60시간)
- ✅ “랜딩 페이지 만들기” (4시간)
새로운 학습 규칙:
1. 하나씩만 한다
– 동시에 여러 개 금지
– 하나 끝내야 다음 시작
2. 짧은 강의만 산다
– 10시간 이하
– 1-2주 안에 끝낼 수 있는 것
3. 할인에 흔들리지 않는다
– “나중에 볼 거야” = 안 봄
– 필요할 때 사기
– 그때도 할인 중일 것
4. 무료부터 시작
– YouTube로 충분한지 확인
– 정말 필요하면 그때 구매
역설적인 결과
강의를 줄인 후:
6개월 동안:
– 구매한 강의: 4개
– 완강한 강의: 4개 (100%)
– 총 학습 시간: 28시간
– 총 지출: $39.96
비교:
이전 (148개 강의):
– 완강률: 2%
– 시간당 비용: $30
– 실제 활용: 거의 없음
이후 (4개 강의):
– 완강률: 100%
– 시간당 비용: $1.43
– 실제 활용: 모두 사용
역설:
강의를 적게 살수록, 더 많이 배웠다.
깨달은 것
온라인 강의의 함정:
1. 구매 ≠ 학습
– 강의 사는 건 쉬움
– 강의 보는 건 어려움
– 완강하는 건 더 어려움
2. 할인은 함정이다
–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 압박
– 실제론 항상 할인 중
– 필요 없는 것 사게 만듦
3. 긴 강의는 완강 안 한다
– 40시간 강의 = 40일 (하루 1시간)
– 현실: 중간에 포기
– 짧은 강의가 완강률 높음
4. 선택지가 많으면 선택 못 함
– 강의 10개 = 시작 쉬움
– 강의 148개 = 선택 마비
5.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 “나중에 필요하면 보지”
– 실제: 필요할 때도 안 봄
– 그냥 잊음
온라인 강의를 효과적으로 쓰는 법
언제 강의가 효과적인가?
✅ 좋은 경우:
- 구체적인 문제가 있을 때
- “엑셀에서 피벗 테이블 어떻게 만들지?”
- → 피벗 테이블 강의 (1시간) 구매
-
바로 적용 가능
-
짧고 실용적인 강의
- 5-10시간
- 1-2주 안에 완강 가능
-
즉시 활용 가능
-
프로젝트 기반
- 이론 중심 ❌
- 실습 중심 ✅
- 결과물이 나옴
❌ 나쁜 경우:
- 막연한 관심
- “Python 배우면 좋을 것 같아”
- → 40시간 강의 구매
-
섹션 3에서 포기
-
“언젠가”를 위한 구매
- “나중에 쓸 일 있을 거야”
-
실제: 안 씀
-
할인에 현혹
- “90% 할인!”
- 필요 없는데 삼
결론: 적게 사고 많이 완강하기
온라인 강의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강의 많이 사기 = 선택 마비
– 긴 강의 = 완강 실패
– 구매 = 학습 착각
해결책:
– 하나씩만 사기
– 짧은 강의 (5-10시간)
– 완강 후 다음 구매
148개 강의를 사서 3개 완강하는 것보다, 4개 강의를 사서 4개 완강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강의를 적게 사는 것이다.
Udemy에 강의 1,000개 있어도, 완강한 강의 1개가 더 가치 있다.
“Learning is not about collecting courses. It’s about completing them.”
학습은 강의를 모으는 게 아니라, 완강하는 것이다.
P.S. 이 글을 쓰고 나서 Udemy 세일 이메일이 왔다. “48시간 특가!” 삭제 버튼을 눌렀다. 필요하면 그때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