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유튜브를 매일 3시간씩 봤는데 정작 생산적인 건 아무것도 안 했다

생산적이 되고 싶었다

“나도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YouTube 추천에 뜬 생산성 영상을 클릭했다.

“My Morning Routine as a Productivity Researcher”

신기했다. 아침 5시 기상, 명상, 저널링, 운동, 독서… 완벽한 루틴이었다.

“나도 이렇게 해야겠어!”

그렇게 생산성 유튜브 늪에 빠졌다.

완벽한 생산성 학습 시스템

YouTube 구독 목록에 가득한 생산성 채널들, 쌓여있는 '나중에 볼 영상' 플레이리스트

구독한 채널들:

생산성 유튜버 (20개):
– Ali Abdaal: 의대생의 생산성
– Thomas Frank: 대학생 생산성 전문가
– Matt D’Avella: 미니멀리즘 + 생산성
– Nathaniel Drew: 철학적 생산성
– … (생략)

팟캐스트 (10개):
– Huberman Lab: 과학 기반 생산성
– Deep Questions: Cal Newport
– The Tim Ferriss Show: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
– … (생략)

뉴스레터 (15개):
– Productivity Weekly
– Deep Work Newsletter
– Time Management Tips
– … (생략)

매일 새 콘텐츠가 쏟아졌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하루 3시간 학습

생산성 콘텐츠 소비가 일과가 됐다.

아침 (1시간):
– 통근하며 팟캐스트 청취
– “오늘의 생산성 팁” 메모

점심 (30분):
– 유튜브 쇼츠로 생산성 팁 시청
– 유용한 것 저장

저녁 (1시간 30분):
– 생산성 유튜브 영상 시청
– Notion에 노트 정리
–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주말 (5시간):
– 이번 주 놓친 영상 몰아보기
– 긴 영상 (45분 이상) 시청
– 생산성 책 읽기

주당 총 20시간

“이렇게 배우면 나도 생산적이 되겠지!”

Notion이 생산성 자료실이 되었다

Notion 페이지에 정리된 수백 개의 생산성 노트와 템플릿,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구조

모든 걸 기록했다.

Notion 페이지:
– “Morning Routine Ideas” (37개)
– “Productivity Tools” (82개)
– “Time Management Techniques” (56개)
– “Focus Methods” (28개)
– “Note-Taking Systems” (19개)

Evernote에 노트 2,800개를 수집했던 것처럼, 저장은 열심히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한 건 거의 없었다.

저장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 “Must Watch Productivity Videos” (156개)
– “Morning Routine Inspiration” (89개)
– “Study With Me” (203개)
– “Deep Work Sessions” (127개)

다운로드한 템플릿:
– Notion 대시보드 (23개)
– 습관 트래커 (17개)
– 목표 설정 템플릿 (14개)
– 일일 계획 (31개)

모든 걸 수집했다. “나중에 쓸 거야.”

생산성에 대해 배우느라 생산적인 일은 안 했다

어느 날 깨달았다.

이번 주 한 일:
– 생산성 유튜브 20시간 시청 ✅
– Notion 정리 5시간 ✅
– 생산성 책 2권 읽음 ✅

이번 주 실제로 완료한 업무:
– 프로젝트 진행: 0%
– 중요한 작업: 0개
– 목표 달성: 0개

역설:
생산성에 대해 배우는 데 시간을 써서, 정작 생산적인 일은 안 했다.

생산성 콘텐츠가 생산성의 착각을 만들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리 만족(Vicarious Achievement)” 현상이었다.

생산성 유튜브를 보면:
– 뭔가 배운 것 같은 느낌
– 생산적인 것 같은 착각
– 뿌듯한 기분

하지만 실제로:
– 행동은 안 함
– 결과는 없음
– 배운 것도 기억 안 남

비유:
운동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 운동하는 것의 차이.

유튜브로 PT 영상 100개 봐도, 실제 팔굽혀펴기 10개만 못하다.

정보 과부하가 마비를 만들었다

너무 많이 배우니 오히려 못 움직였다.

예시:
“Morning Routine을 만들어야지!”

배운 방법:
1. Ali Abdaal: 5시 기상 + 운동 + 저널링
2. Matt D’Avella: 미니멀 루틴 + 명상
3. Thomas Frank: 생산성 우선 루틴
4. … (37가지 방법)

결과:
“어떤 걸 따라야 하지?”
→ 너무 많아서 선택 못 함
→ 일단 영상 하나 더 보자
→ 또 다른 방법 발견
→ 무한 반복

결국:
Morning Routine 안 만듦. 영상만 37개 봄.

“Analysis Paralysis” – 분석 마비. 독서 기록 앱에서 통계만 보고 정작 책은 안 읽었던 것과 같은 패턴이었다.

생산성 콘텐츠를 모두 끊었다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고 Notion 페이지를 삭제하는 모습, 홀가분한 느낌

3개월 후, 구독을 모두 취소했다.

구독 취소:
– 유튜브 채널 20개 → 0개
– 팟캐스트 10개 → 0개
– 뉴스레터 15개 → 0개

삭제:
– Notion “생산성” 페이지 (200+ 페이지)
– 저장한 플레이리스트 (500+ 영상)
– 다운로드한 템플릿 (85개)

클라우드에 파일 수백 개를 저장했지만 정작 필요한 건 못 찾았던 것처럼, 수집만 많고 활용은 없었다.

시작:
– 그냥 일하기

역설적인 결과

생산성 콘텐츠 없이 지낸 한 달:

소비한 생산성 콘텐츠:
– 0시간

완료한 실제 업무:
– 프로젝트 3개 완료
– 중요 작업 15개 완료
– 목표 달성 5개

느낀 점:
– 더 생산적임
– 스트레스 줄어듦
– 명확한 우선순위

역설:
생산성 콘텐츠를 안 볼수록, 더 생산적이 되었다.

깨달은 것

생산성 콘텐츠의 함정:

1. 소비가 실천을 대체한다
– 영상 보는 게 일한 것 같은 착각
– 대리 만족으로 실제 행동 안 함
– 배우기만 하고 적용 안 함

2. 정보 과부하가 마비를 만든다
– 방법이 너무 많으면 선택 못 함
– 완벽한 방법 찾다가 시간 낭비
– 시작도 못 함

3. 복잡성이 증가한다
–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듦
– 도구, 템플릿, 시스템에 집착
– 본질을 잃음

4. 끊임없는 최적화 추구
–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야”
– 만족을 못 함
– 계속 새 방법 찾음

생산성은 단순하다

생산성 콘텐츠 없이 깨달은 것:

진짜 생산성:
1. 중요한 일 파악
2. 그냥 시작
3. 끝까지 함

끝.

필요 없는 것:
– 37가지 Morning Routine
– 82개 생산성 도구
– 156개 영상
– 200페이지 Notion 템플릿

북마크 847개를 완벽하게 정리했지만 결국 구글 검색만 썼던 것처럼, 많이 모은다고 생산적인 게 아니었다.

필요한 것:
– 오늘 뭐 할지 정하기
– 하기

결론: 배우기보다 행동하기

생산성 콘텐츠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생산성 배우느라 생산적인 일 안 함
– 대리 만족으로 착각
– 정보 과부하로 마비

해결책:
– 콘텐츠 소비 줄이기
– 간단하게 시작하기
– 행동이 학습보다 중요

생산성 유튜브 3시간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 30분 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생산적인 방법은 생산성에 대해 배우지 않는 것이다.

“Productivity Porn”이라는 말이 있다. 생산성 콘텐츠는 기분은 좋게 하지만, 실제 결과는 없다.


P.S. 이 글도 생산성 콘텐츠다. 읽는 대신 지금 중요한 일을 하나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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