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워크플로우 100개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졌다

반복 작업이 지겨웠다

“이 일,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데 자동화하면 되겠네.”

매일 반복되는 작업들이 짜증났다. 이메일 확인하고 분류하고, 파일 정리하고, 할 일 옮기고… 시간 낭비 같았다.

그래서 자동화를 시작했다.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

수많은 자동화 워크플로우 카드들이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 대시보드, Zapier와 IFTTT 로고

처음엔 Zapier로 간단한 자동화부터 시작했다.

첫 번째 자동화:
“Gmail에서 특정 라벨 메일이 오면 → Trello 카드 생성”

신기했다. 이메일을 읽고 수동으로 Trello에 추가하던 일이 자동으로 됐다. 5분이 5초로 줄었다.

“이거다! 모든 걸 자동화하자!”

그렇게 자동화 중독이 시작됐다.

100개의 워크플로우

자동화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이메일 관련 (20개):
– Gmail에서 청구서 메일 → Google Sheets에 자동 기록
– 특정 발신자 메일 → Slack에 자동 알림
– 첨부파일 있는 메일 → Google Drive에 자동 저장
– 뉴스레터 → Notion 데이터베이스에 자동 정리
– … (생략)

파일 관련 (25개):
– 다운로드 폴더 파일 → 자동으로 확장자별 폴더 이동
– 스크린샷 → Dropbox에 자동 업로드
– PDF → OCR 후 검색 가능하게 변환
– 사진 → EXIF 데이터 기준으로 자동 분류
– … (생략)

작업 관리 (30개):
– Trello 카드 완료 → Notion에 자동 아카이브
– Notion 체크박스 완료 → Todoist에서 자동 삭제
– 캘린더 이벤트 생성 → 자동으로 Slack 상태 변경
– 특정 시간 → 자동으로 할 일 생성
– … (생략)

소셜미디어 (15개):
– Instagram 포스트 → Twitter에 자동 공유
– 블로그 발행 → 모든 SNS에 자동 배포
– YouTube 영상 업로드 → 자동으로 썸네일 생성
– … (생략)

기타 (10개):
– 날씨 → 아침에 자동으로 알림
– 주식 가격 → 특정 가격 되면 알림
– 운동 기록 → 자동으로 그래프 생성
– … (생략)

총 100개. 모든 반복 작업을 자동화했다. “이제 완벽하다!”

Evernote에 2,800개의 노트를 모았던 것처럼, 많이 만든다고 생산적인 게 아니었다.

워크플로우가 터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전 9시, 메일 확인:

“어? 어제 받은 청구서 메일이 Google Sheets에 없네?”

Zapier 열어봄 → 워크플로우 실패 로그 발견
“Error: Permission denied”

원인 파악:
Google Sheets API 권한이 만료됨
→ 재인증 필요
→ 재인증 후 어제 메일 수동으로 다시 처리

소요 시간: 20분

자동화가 없었으면 5분이면 됐을 일이다.

디버깅 지옥

에러 메시지와 로그가 가득한 화면을 보며 좌절하는 모습, 복잡한 워크플로우 체인 다이어그램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워크플로우 체인 오작동:

자동화 A가 실행 → 자동화 B 트리거 → 자동화 C 트리거

이 중 B가 실패하면?
– A는 완료됐는데 C는 실행 안 됨
– 데이터가 중간에 끊김
–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기 힘듦

디버깅 과정:
1. Zapier 로그 확인 (10분)
2. A에서 생성된 데이터 확인 (5분)
3. B가 왜 실패했는지 원인 파악 (15분)
4. B 수정 및 재실행 (10분)
5. C가 제대로 실행됐는지 확인 (5분)

총 45분 소요

원래 수동으로 하면 3분이면 되는 일이었다.

자동화를 관리하는 게 일이 되었다

매주 해야 하는 일:

워크플로우 유지보수:
– 오작동한 워크플로우 찾기
– API 권한 재인증
– 새로운 에러 해결
– 서비스 업데이트로 인한 수정

소요 시간: 주당 3시간

자동화 문서화:
– 어떤 워크플로우가 뭘 하는지 기록
– 의존 관계 파악
– 문제 해결 방법 정리

소요 시간: 주당 2시간

총 주당 5시간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 주당 2시간
자동화 관리에 쓴 시간: 주당 5시간

결과: -3시간

자동화가 오히려 시간을 더 쓰게 만들었다.

어떤 자동화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100개의 워크플로우가 뒤엉켰다.

실제 상황:
“어? 이 파일은 왜 여기 있지?”
→ 아마도 자동화 때문일 것
→ 어떤 워크플로우인지 기억 안 남
→ Zapier에서 100개 워크플로우 하나씩 확인
→ 30분 후 발견

또 다른 상황:
“Notion에 이 페이지는 누가 만들었지?”
→ 자동 생성된 페이지
→ 어떤 자동화인지 모름
→ 삭제해도 되는지 판단 불가
→ 그냥 냅둠

결과:
– Notion에 자동 생성된 쓰레기 페이지 수백 개
– Google Drive에 자동 백업된 중복 파일 수천 개
– Trello에 자동 생성된 의미 없는 카드들

자동화가 혼란을 만들었다. 클라우드에 파일을 자동 백업했지만 정작 찾지 못했던 것처럼, 자동화가 오히려 복잡성을 증가시켰다.

진짜 문제: 미세 조정 불가

자동화는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인다.

예시 1: 이메일 자동 분류

규칙: “청구서”라는 단어가 있으면 → “재무” 라벨

문제:
– “청구서 질문 있습니다” 메일 → 재무 라벨 (잘못됨)
– “11월 인보이스” → 분류 안 됨 (청구서라는 단어 없음)

수동으로 하면 내용을 보고 판단하지만, 자동화는 단어만 본다. 북마크를 자동으로 폴더에 분류하려다 실패했던 것처럼, 자동 분류는 한계가 있었다.

예시 2: 작업 자동 생성

규칙: 매주 월요일 9시 → “주간 리포트 작성” 할 일 생성

문제:
– 월요일이 휴일이면? → 그래도 생성됨
– 이미 작성했으면? → 중복 생성됨
– 이번 주는 필요 없으면? → 그래도 생성됨

자동화는 컨텍스트를 모른다.

자동화를 모두 지웠다

자동화 목록을 삭제하는 버튼을 누르는 손,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진 느낌의 깨끗한 화면

3개월 후, 100개 워크플로우 중 95개를 삭제했다.

남긴 자동화 (5개):
1. 중요 고객 메일 → Slack 알림 (진짜 중요)
2. 블로그 발행 → Twitter 자동 공유 (100% 예측 가능)
3. 매일 밤 → 파일 백업 (실패해도 문제없음)
4. 특정 금액 이상 결제 → 알림 (단순 명확)
5. 캘린더 회의 5분 전 → 알림 (이미 잘 작동)

지운 자동화 (95개):
– 복잡한 체인 워크플로우
– 판단이 필요한 자동화
– 자주 오작동하는 것들
– 시간 절약이 미미한 것들

결과:
– 디버깅 시간: 주당 3시간 → 0시간
– 유지보수 시간: 주당 2시간 → 10분
– 혼란스러운 파일: 사라짐

가장 놀라운 결과:
수동으로 하니 더 빨랐다. 독서 기록 앱 없이 책을 읽으니 오히려 더 많이 읽게 됐던 것처럼, 도구를 줄이니 본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깨달은 것

자동화의 함정:

1. 자동화는 유지보수 비용이 있다
– API 변경
– 권한 만료
– 서비스 업데이트
– 오작동 디버깅

2. 복잡한 자동화는 오히려 느리다
– 체인이 길어지면 실패 확률 증가
– 디버깅 시간이 수동 작업 시간을 초과
– 블랙박스처럼 작동해서 이해 어려움

3. 자동화는 컨텍스트를 모른다
– 상황에 맞는 판단 불가
– 예외 처리 불가
– 미세 조정 불가

자동화가 진짜 효과적인 경우

5개의 성공적인 자동화가 가진 공통점:

1. 규칙이 100% 명확하다
– “만약 A면 B”가 예외 없이 적용
– 판단이 필요 없음

2.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다
– 백업 자동화 → ���동으로 다시 하면 됨
– SNS 자동 공유 → 실패해도 큰일 아님

3. 빈도가 높고 단순하다
– 매일 반복되는 정말 단순한 작업
– 5초짜리 작업이 하루 10번 → 자동화 가치 있음

4. 한 번 설정하면 손 안 대도 된다
– 복잡한 체인 없음
– 의존성 없음
– 유지보수 거의 필요 없음

결론: 자동화는 적을수록 좋다

자동화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자동화를 관리하는 게 더 복잡하다
– 워크플로우가 블랙박스가 된다
– 유연성이 사라진다

해결책:
– 정말 반복적이고 단순한 것만 자동화
– 복잡한 체인은 피하기
– 실패해도 괜찮은 것만

100개 자동화로 모든 걸 자동화하려다 오히려 시간을 더 썼다. 5개 자동화로 줄이니 비로소 시간이 절약됐다.

가장 효율적인 자동화는 적게 쓰는 것이다.

“Automate every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자동화하면, 자동화를 관리하느라 정작 일은 못 한다.


P.S. 지금도 가끔 “이것도 자동화할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참는다. 수동으로 하는 게 더 빠르고 유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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