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설정을 완벽하게 했는데 정작 달성은 못 했다

“완벽한 목표 설정이 성공을 보장할 거야”

완벽한 목표 설정이 성공을 보장할 거야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정말 달라질 거야.”

작년에는 막연하게 목표를 세워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아서 그래.”

유튜브를 찾아봤다.

“SMART 목표 설정법”
“OKR로 목표 달성률 300% 높이기”
“목표 설정의 과학”

영상들을 보면서 배웠다.

  • Specific (구체적)
  • Measurable (측정 가능)
  • Achievable (달성 가능)
  • Relevant (관련성)
  • Time-bound (기한 설정)

“이거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면 100% 달성할 수 있겠어!”

그날 밤, 노트를 펴고 목표를 쓰기 시작했다.

완벽한 목표 목록을 만들었다

완벽한 목표 목록을 만들었다

SMART 원칙에 맞춰 하나씩 작성했다.

건강:
– ❌ “운동하기” (막연함)
– ✅ “매주 3회, 30분씩 조깅하기” (구체적!)

재정:
– ❌ “돈 모으기” (측정 불가)
– ✅ “매달 50만원씩 저축해서 연말까지 600만원 모으기” (측정 가능!)

커리어:
– ❌ “개발 실력 키우기” (추상적)
– ✅ “3월까지 React 강의 완강하고, 6월까지 개인 프로젝트 1개 완성하기” (기한 명확!)

자기계발:
– ❌ “책 많이 읽기” (얼마나?)
– ✅ “매달 2권씩 읽어서 연말까지 총 24권 독서” (수치화!)

2시간 동안 작성한 목표: 15개

하나하나가 완벽했다.

  • 구체적이고
  • 측정 가능하고
  • 달성 가능하고
  • 기한도 명확했다

“와… 이렇게 완벽하게 세우면 안 될 수가 없지?”

다음 날, 목표를 Notion에 옮겼다.

  • 카테고리별로 정리
  • 진척도 프로그레스 바 추가
  • 체크리스트 세부화
  • 월별 마일스톤 설정

완벽한 목표 대시보드 완성.

목표 달성 앱에서 진척도 바를 완벽하게 만들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설정에만 몰두했었다.

목표를 추적하는 게 일이 되었다

1월 첫째 주.

“오늘은 조깅 가는 날!”

30분 조깅 완료.

돌아와서 Notion 열고:
– [ ] 1월 1주차 조깅 ✅ 체크
– 진척도 바 업데이트 (1/156회)
– 일지 작성: “30분 완주, 3km”

목표 추적에 10분 소요.

“독서도 해야지!”

책 20페이지 읽음.

다시 Notion 열고:
– 현재 페이지: 20/300
– 진척도: 6.7%
– 독서 노트 작성

또 10분 소요.

하루에 목표 관련 행동:
– 실제 실행: 40분
– Notion 업데이트: 30분

업데이트가 실행보다 길었다.

Trello에서 카드 옮기는 데 시간을 쓰고 정작 프로젝트는 진행 못 했던 것과 같았다. 기록이 실행을 대체했다.

2월이 되자 목표를 보지 않게 됐다

2월 초.

Notion 대시보드를 열었다.

진척도:
– 조깅: 4/156 (2.6%)
– 저축: 50만원/600만원 (8.3%)
– React 강의: 3/24강 (12.5%)
– 독서: 0.5권/24권 (2.1%)

빨간 프로그레스 바가 가득했다.

“이 속도로는… 목표 달성 불가능하네.”

죄책감이 몰려왔다.

“내가 의지가 약한가?”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Notion을 닫았다.

“나중에 다시 시작하지 뭐.”

하지만 나중은 오지 않았다.

3월, 4월, 5월…

목표 대시보드는 2월 4일에서 멈춰있었다.

습관 트래커에서 하루 빠지니 모든 게 무너졌던 것처럼, 완벽주의가 오히려 포기를 만들었다.

목표가 많을수록 달성은 줄어들었다

6월쯤 깨달았다.

목표가 15개나 되니까 집중이 안 됐다.

  • 조깅 해야 하고
  • 저축 해야 하고
  • 강의 들어야 하고
  • 책 읽어야 하고
  • 영어 공부 해야 하고
  • 블로그 써야 하고

하루에 15개 목표를 신경 쓰려니 압박만 느껴졌다.

“오늘도 조깅 못 했네…”
“책도 안 읽었어…”
“저축도 빠듯한데…”

매일 못한 것만 보였다.

캘린더에 15분 단위로 일정을 채워넣었지만 오히려 압박만 느꼈던 것과 똑같았다. 완벽한 계획이 스트레스를 만들었다.

완벽한 목표가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차라리 목표가 없을 때가 더 편했다.

“목표 수정”이라는 함정에 빠졌다

7월.

“목표가 너무 높았나? 조정해야겠다.”

다시 Notion을 열었다.

수정된 목표:
– 조깅: 주 3회 → 주 1회
– 저축: 50만원 → 30만원
– React 강의: 3월까지 → 9월까지
– 독서: 월 2권 → 월 1권

“이 정도면 달성 가능하겠지?”

그런데…

목표를 수정하는 순간, 목표는 의미를 잃었다.

“어차피 또 조정하면 되지.”
“달성 못 하면 또 낮추면 돼.”

목표는 더 이상 도전이 아니라 가벼운 제안 정도가 되었다.

연말에 돌아보니 달성한 목표는 0개였다

12월 31일.

1년 전 세운 목표를 다시 열었다.

달성 현황:
– 조깉: 15/156회 (9.6%) ❌
– 저축: 180만원/600만원 (30%) ❌
– React 강의: 8/24강 (33.3%) ❌
– 독서: 3권/24권 (12.5%) ❌
– …

15개 목표 중 달성: 0개

놀라운 건, 목표 없이 자연스럽게 한 것들이 더 많았다는 것.

  • 조깅은 15회밖에 안 했지만
  • 친구들과 등산은 20회 갔고
  • React는 8강 들었지만
  • 업무에서 Vue.js는 마스터했고
  • 책은 3권 읽었지만
  • 유튜브 강의는 50개 봤다

계획한 것은 실패했지만, 즉흥적으로 한 것은 많았다.

목표가 오히려 다른 가능성을 제한했다.

완벽한 목표의 함정

목표 설정을 완벽하게 하면서 실수한 것들:

1. 목표가 너무 많았다
– 15개 목표 = 매일 15가지 신경
– 집중 불가능
– 압박감만 증가

2. 측정이 목적이 되었다
– 조깅의 목표: 건강해지기
– 실제로 한 것: 횟수 세기
– 숫자만 보다가 의미 상실

마인드맵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했지만 정리만 하고 실행은 못 했던 것처럼, 도구가 목적을 대체했다.

집중 음악 앱 3개를 설정하느라 정작 작업은 못 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도구 설정이 실행을 방해했다.

3. 완벽한 목표가 유연성을 없앴다
– “주 3회 조깅”을 못 지키면 → 죄책감
– 등산은 조깅이 아니니까 → 목표 달성 아님
– 대안적 행동을 인정 안 함

4. 목표 달성이 아니라 목표 관리에 집중
– 실행: 40분
– 기록: 30분
– 도구가 목적을 대체

웹사이트 차단 앱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쓰고 정작 집중은 못 했던 것도 같은 함정이었다.

지금은 목표를 거의 세우지 않는다

목표 없는 깔끔한 책상

목표 설정 앱을 전부 지웠다.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방향만 정한다
– “건강해지기” (구체적 숫자 없음)
– “개발 실력 키우기” (기한 없음)
– “재정 안정” (측정 없음)

2. 오늘 하고 싶은 것만 한다
– 주 3회 조깅 (X)
– 오늘 날씨 좋으니 조깅 (O)

3. 기록하지 않는다
– 횟수 세지 않음
– 진척도 추적 안 함
– 그냥 함

결과:
– 목표 없이 조깅: 올해 40회
– 목표 있었을 때: 15회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를 버리니 더 많이 달성했다.

포모도로 타이머 없이 오히려 더 집중했던 것처럼, 외부 도구 없이 자연스럽게 할 때가 더 효과적이었다.

목표 설정의 역설

목표 설정 앱은 이렇게 속삭인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면 달성할 수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목표가 오히려 실행을 방해한다.

진짜 성취는:
– SMART 목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고
– 진척도 추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복에서 나온다

“목표”로는 달성할 수 없다.
“습관”과 “흥미”로만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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