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화면만 깔끔하면 일도 깔끔하게 할 수 있어”
월요일 아침, 컴퓨터를 켰다.
바탕화면에 파일 93개가 흩어져 있었다.
스크린샷 2024-10-15 오후 3.42.12.png제목 없음.txt최종_최종_진짜최종.docx다운로드 (1).pdf- …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
파일 하나 찾으려고 10분 동안 헤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번 주말엔 꼭 정리하자!”
완벽한 폴더 구조를 만들었다

주말에 3시간을 투자했다.
폴더 구조:
📁 업무
├─ 진행중
├─ 완료
└─ 참고자료
📁 개인
├─ 사진
├─ 문서
└─ 다운로드
📁 프로젝트
├─ 현재
└─ 아카이브
📁 임시
93개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고, 적절한 폴더로 이동했다.
- “이건 업무/진행중”
- “이건 개인/사진”
- “이건… 뭐지? 일단 임시”
3시간 후, 바탕화면에 파일 0개.
“완벽해! 이제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
북마크를 폴더로 정리할 때처럼, 정리 자체가 성취감을 주었다.
새 파일을 어디에 저장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완벽한 구조를 만들고 나니, 파일 저장이 복잡해졌다.
스크린샷을 찍었다.
“이걸 어디에 저장하지?”
- “업무 관련인데… ‘진행중’? 아니면 ‘참고자료’?”
- “개인/사진에 넣을까? 아니면 임시?”
- “프로젝트 폴더가 맞나?”
30초 고민.
“일단 데스크톱에 두고, 나중에 정리하자.”
그렇게 바탕화면에 파일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폴더에 파일을 저장할 때마다 고민했던 것과 똑같았다. 완벽한 분류 체계가 오히려 저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일주일 뒤 다시 93개가 되었다
일주일 후, 바탕화면을 보니:
파일 89개
“…”
정리하는 데 3시간을 쓴 지 일주일 만이었다.
왜 또 쌓였을까?
1. “일단 데스크톱”이 습관
– 파일 저장할 때: “일단 데스크톱”
– 스크린샷 찍을 때: 자동으로 데스크톱
– 다운로드한 파일: “나중에 정리하지 뭐”
2. “나중에 정리”는 거짓말
– 저장할 때: “나중에 폴더로 옮기자”
– 일주일 후: “이게 뭐였더라?”
3. 폴더 구조가 복잡함
– 어디에 넣을지 고민되면
– 그냥 데스크톱에 둠
메모 앱에서 정리가 끝나지 않았던 것처럼, 정리는 반복되지만 깔끔함은 유지되지 않았다.
웹사이트 차단 앱으로 강제로 통제하려다 결국 차단 해제만 반복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도구는 내부 의지를 대체할 수 없었다.
폴더 안에서도 파일을 찾지 못했다
급하게 파일이 필요했다.
“지난주에 작성한 기획서 어디 있지?”
바탕화면 검색: 없음 (폴더에 넣었으니까)
“업무” 폴더 열기
- 진행중 폴더: 파일 47개
- 완료 폴더: 파일 38개
- 참고자료 폴더: 파일 25개
“어느 폴더였지?”
하나씩 열어봄…
10분 경과.
결국 Spotlight 검색으로 찾았다. (3초 만에)
“폴더 정리한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브라우저 탭 그룹에서 탭을 찾는 것보다 검색이 더 빠르던 것과 같았다. 분류보다 검색이 더 효율적이었다.
“임시” 폴더가 가장 커졌다
가장 아이러니한 건:
임시 폴더: 152개 파일
처음엔 “잠깐 두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가장 큰 폴더가 되었다.
왜냐하면:
– 어디에 넣을지 애매한 파일 → 임시
– 나중에 분류할 파일 → 임시
– 삭제할지 말지 모르는 파일 → 임시
“임시”가 “영구”가 되었다.
6개월 전 파일도 여전히 “임시” 폴더에 있었다.
폴더 정리가 주말 루틴이 되었다
매주 주말:
“또 데스크톱 정리해야지…”
- 바탕화면 파일들 (89개) 하나씩 확인
- 적절한 폴더로 이동
- “임시” 폴더 정리
- 중복 파일 삭제
- 오래된 파일 아카이브
2시간 소요.
하지만 다음 주에 보면 또 파일이 쌓여 있었다.
정리는 끝나지 않았고, 깔끔함은 일주일도 못 갔다.
Trello 보드를 매주 정리했던 것과 같았다. 정리 자체가 반복되는 일이 되었다.
데스크톱 정리 ≠ 생산성
깨달았다.
데스크톱을 정리하는 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아니었다.
- 폴더 정리 시간: 매주 2시간 x 4주 = 8시간/월
- 실제 파일 찾는 시간 단축: 0시간 (어차피 Spotlight 검색 사용)
왜냐하면:
1. 검색이 폴더보다 빠르다
– 폴더 뒤지기: 5-10분
– Spotlight 검색: 3초
2. 완벽한 분류는 불가능하다
– 어느 폴더에 넣을지 애매한 파일이 항상 있음
– “임시” 폴더가 커지는 이유
3. 폴더 구조는 미래를 예측 못 함
– 지금 만든 폴더 구조가
– 3개월 후에도 맞다는 보장 없음
Pocket에 글을 저장했지만 다시 읽지 않았던 것처럼, 저장과 정리는 활용을 보장하지 않았다.
모든 폴더를 삭제했다
결심했다.
“데스크톱 폴더를 없애자.”
- 폴더 안의 파일들 전부 데스크톱으로 이동
- 폴더 삭제
- 필요 없는 파일 삭제
- 중요한 파일만 “중요” 폴더 하나에 보관
Before (완벽한 폴더 구조):
– 폴더: 8개
– 정리 시간: 매주 2시간
– 파일 찾는 방법: 폴더 뒤지기 (10분)
– 바탕화면 상태: 매주 89개 파일 쌓임
After (검색 중심):
– 폴더: 1개 (중요)
– 정리 시간: 0시간
– 파일 찾는 방법: Spotlight 검색 (3초)
– 바탕화면 상태: 10-20개 유지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데스크톱은 “작업 공간”
– 지금 작업 중인 파일만 (5-10개)
– 작업 끝나면 Documents로 이동 또는 삭제
– 깔끔함이 아니라 현재 작업에 집중
2. 폴더는 최소화
– “중요” 폴더 하나만
– 계약서, 중요 문서 등
– 나머지는 Documents에 날짜별로 저장
3. 검색으로 찾기
– Spotlight (⌘+Space)
– 파일명만 기억하면 3초 만에 찾음
– 폴더 구조 외울 필요 없음
4. “나중에 정리”는 없음
– 파일 저장할 때: 바로 이름 제대로 짓기
– 나중에 정리할 거면 애초에 저장 안 함
– 임시 파일은 일주일마다 자동 삭제
배운 교훈: 정리 ≠ 유지
데스크톱 정리는:
– 깔끔한 느낌을 주지만
– 실제로 유지되지 않았다
93개 파일을 8개 폴더로 분류하느라 매주 2시간을 쓰는 동안:
– 실제로 필요한 파일은 Spotlight 검색 3초로 찾았고
– 폴더는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마인드맵을 47개 만들었지만 필요한 걸 못 찾았던 것처럼, 완벽한 분류 체계는 복잡함만 증가시켰다.
중요한 건:
– 얼마나 잘 분류하느냐가 아니라
–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 검색 > 완벽한 폴더 구조
당신의 데스크톱은 작업 공간인가, 창고인가?
확인해보자.
- 바탕화면에 파일이 50개 이상이라면?
- “임시” 폴더에 6개월 된 파일이 있지 않은가?
- 파일을 폴더에서 찾는 것보다 검색이 더 빠르지 않은가?
- 매주 정리하는데 또 지저분해지지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완벽한 폴더 구조를 포기해도 괜찮다.
나는 8개 폴더를 삭제하고 검색에 의존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데스크톱 정리에 쓰던 시간을, 실제 작업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Productivity Paradox” 시리즈의 포스트입니다. 생산성 도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솔직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