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안전하고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어”

2년 전, 노트북 하드가 망가지는 사고가 있었다.
중요한 파일 30개가 날아갔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해!”
그날부터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Dropbox 무료 플랜을 깔고, “이제 안전해!” 생각했다.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

처음 2주는 정말 열심히 했다.
업로드한 것들:
– 📁 업무 문서 (250개)
– 📸 사진 앨범 (3,000장)
– 📄 PDF 자료 (180개)
– 💾 프로젝트 파일 (45개)
– 🎵 음악, 영상, 기타 등등
“이제 모든 게 안전해!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어!”
Dropbox 무료 2GB가 금방 찼다.
“아, 더 필요하네…”
그래서:
– Google Drive Premium 결제 (100GB)
– OneDrive도 추가 (업무용)
– iCloud도 업그레이드 (사진용)
총 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
“완벽해! 이제 파일을 잃어버릴 일은 없겠지!”
완벽한 폴더 구조를 만들었다

파일이 많아지니 정리가 필요했다.
“체계적으로 분류하자!”
폴더 구조:
📁 Dropbox
├─ 업무
│ ├─ 2023
│ │ ├─ Q1
│ │ ├─ Q2
│ │ ├─ Q3
│ │ └─ Q4
│ ├─ 2024
│ └─ 진행중
├─ 개인
│ ├─ 재무
│ ├─ 건강
│ └─ 프로젝트
└─ 자료
├─ 독서
├─ 강의
└─ 레퍼런스
📁 Google Drive
├─ 사진
│ ├─ 2022
│ ├─ 2023
│ └─ 2024
├─ 백업
└─ 공유받은파일
📁 OneDrive
├─ 회사
└─ 협업
폴더 구조 만드는 데 3시간 걸렸다.
“완벽해! 이제 찾기 쉽겠지?”
그런데:
– “이 파일은 ‘업무/2023/Q2’에 넣어야 하나, ‘진행중’에 넣어야 하나?”
– “사진은 iCloud? Google Drive?”
– “프로젝트 자료는 Dropbox? OneDrive?”
파일 하나 저장하는 데 30초씩 고민.
Trello에서 카드 분류에 시간을 쏟았던 것처럼, 폴더 분류가 또 다른 일이 되었다.
브라우저 탭을 어느 그룹에 넣을지 고민했던 것도 똑같았다. 분류 체계가 복잡할수록 저장이 어려웠다.
결국 필요한 파일을 찾지 못했다

3개월 후, 급하게 파일이 필요했다.
“작년에 작성한 제안서 어디 있지?”
Dropbox 검색: “제안서” → 47개 결과
너무 많다.
“음… ‘업무’ 폴더였나?”
Dropbox/업무/2023/ 들어가서 하나씩 열어봄.
Q1? Q2? 아니면 Q3?
10분 후…
“아, Google Drive에 저장했나?”
Google Drive 검색: “제안서” → 32개 결과
또 하나씩 열어봄.
15분 후…
“혹시 OneDrive?”
OneDrive 검색: 없음.
결국 25분 동안 찾다가 포기.
동료한테 다시 받았다.
“클라우드에 저장했는데 왜 못 찾지?”
Evernote에서 노트는 수천 개인데 필요한 건 못 찾았던 것과 똑같은 문제였다. 저장 ≠ 활용.
여러 클라우드를 쓰니 더 혼란스러웠다
문제는 더 있었다.
어느 클라우드에 저장했는지 기억이 안 남:
– “이 사진 iCloud였나, Google Drive였나?”
– “이 문서 Dropbox였나, OneDrive였나?”
3개 앱을 다 열어서 검색:
1. Dropbox 검색 → 없음
2. Google Drive 검색 → 없음
3. OneDrive 검색 → 발견!
“찾았다… 근데 왜 여기 있지?”
동기화 문제:
– “분명 Dropbox에 저장했는데 왜 안 보이지?”
– “아, 집 컴퓨터에서 선택적 동기화 꺼놨구나…”
중복 파일:
– “이 파일이 2개네? 어느 게 최신 버전이지?”
– 날짜 확인 → 1분 차이
– “둘 다 열어서 내용 비교…”
포모도로 타이머 설정에 30분을 썼던 것과 비슷하게, 도구 관리가 실제 작업보다 오래 걸렸다.
용량 관리도 스트레스였다
처음엔 넉넉했던 용량도 금방 찼다.
Dropbox:
저장 공간이 95% 찼습니다.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뭘 지우지?”
한 시간 동안 파일 하나씩 확인:
– “이거 필요한가? 모르겠다. 일단 남겨두자.”
– “이것도 나중에 쓸 수도… 남겨두자.”
– “이건… 언젠가… 남겨두자.”
결국 안 지우고 업그레이드.
월 $9.99 → $19.99 플랜으로 변경.
1년 후 또 찼다.
Google Drive:
저장 공간 100GB 중 98GB 사용 중
또 업그레이드. 100GB → 200GB 플랜.
월 $2.99 → $4.99.
총 클라우드 비용: 월 $25
근데 실제로 자주 쓰는 파일은 10GB도 안 됐다.
나머지 190GB는:
– “나중에 볼 PDF” (안 봄)
– “백업용 사진” (다시 안 봄)
– “옛날 프로젝트” (다시 안 씀)
나중에 읽기 앱에 500개 저장했지만 읽지 않았던 것처럼, 저장만 하고 활용 안 함.
보안 걱정도 늘어났다
클라우드가 많아지니 보안도 신경 쓰였다.
- “Dropbox 비밀번호 뭐였지?”
- “Google 2단계 인증 어디서 하지?”
- “OneDrive 로그인이 왜 안 돼?”
3개 계정 관리:
– 각각 다른 비밀번호
– 각각 다른 2FA 설정
– 각각 다른 복구 이메일
비밀번호 관리 앱도 써봤지만, 그것도 복잡해서 포기했다.
결국 비밀번호 엑셀 파일로 관리…
“이 엑셀 파일은 어디 저장하지?”
→ Dropbox에 저장
아이러니.
오프라인일 때는 쓸모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작업하려고 했는데…”
인터넷 없음 → 파일 접근 불가
“아, 오프라인 저장 설정했나?”
Dropbox 앱 확인 → 선택적 동기화 꺼져있음.
“…”
지하철에서도:
“급하게 파일 확인해야 하는데…”
인터넷 느림 → 파일 로딩 중… 로딩 중… 타임아웃.
“어디서든 접근”은 거짓말이었다.
“인터넷 있을 때만” 접근 가능.
Notion이 오프라인에서 느렸던 것과 똑같은 문제. 클라우드의 한계.
단순함으로 돌아갔다
6개월 후, 결국 정리했다.
Before (3개 클라우드):
– Dropbox: 78GB
– Google Drive: 112GB
– OneDrive: 43GB
– 총 233GB
– 월 비용: $25
– 파일 찾는 시간: 평균 10분
After (1개 클라우드 + 로컬):
– Google Drive만 사용: 30GB
– 자주 쓰는 파일: 로컬 SSD에 보관
– 나머지: 외장 하드 백업
– 월 비용: $2.99
– 파일 찾는 시간: 평균 1분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클라우드는 하나만
– Google Drive 하나로 통합
– 선택과 집중
2. 자주 쓰는 파일은 로컬에
– 작업 중인 프로젝트: 로컬 SSD
– 클라우드는 백업용
– 인터넷 없어도 작업 가능
3. 폴더 구조 단순화
📁 Google Drive
├─ 업무
├─ 개인
└─ 백업
끝.
분기별? 프로젝트별? 그런 거 없음.
검색으로 찾으면 됨.
4. 정기적으로 삭제
– 6개월 안 쓴 파일 → 외장 하드로 이동
– “나중에 볼” 파일 → 지금 안 보면 평생 안 봄 → 삭제
핵심: 저장보다 “찾을 수 있는가”가 중요
배운 교훈: 많이 저장 ≠ 잘 관리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나쁜 건 아니다. 진짜 유용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과했다.
클라우드를 쓰면서:
– 저장에는 열심이었지만
– 정리는 복잡하게 만들었고
– 찾기는 더 어려워졌고
– 비용은 계속 올라갔다
중요한 건:
– 얼마나 많이 저장하느냐가 아니라
–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느냐
시간 추적 앱의 그래프가 화려해도 실제 성과가 없었던 것처럼, 클라우드 용량이 크다고 생산적인 게 아니었다.
당신의 클라우드는 안전한가, 무덤인가?
한 번 확인해보자.
- 클라우드에 저장한 파일 중 최근 3개월 내 사용한 것은?
- 3개 이상의 클라우드를 쓰고 있다면 정말 다 필요한가?
- 파일 찾는 데 5분 이상 걸린다면?
- 용량 부족 알림이 계속 온다면?
클라우드는 저장소가 아니라 도구여야 한다.
저장만 하고 찾지 못한다면, 그건 클라우드가 아니라 디지털 무덤이다.
때로는 로컬 하드에 폴더 3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글은 “Productivity Paradox” 시리즈의 포스트입니다. 생산성 도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솔직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