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음악만 있으면 몰입할 수 있을 거야”

작업을 시작하려고 앉았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음악이 있어야 집중이 될 것 같은데…”
유튜브를 열었다.
“집중력 높이는 음악”을 검색했다.
- Lo-fi beats to study to
- Classical music for focus
- Brain.fm 과학적 집중 음악
- Alpha waves 40Hz
“오, 이런 게 있었구나!”
영상을 재생했다.
30초 듣고:
“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영상 재생.
또 30초 듣고:
“이것도 좀 시끄러운데?”
15분 동안 5개 영상을 돌아다녔다.
작업은 아직 시작 안 했다.
완벽한 집중 음악 앱을 찾기 시작했다
“무료 유튜브는 한계가 있어. 전문 앱을 써야겠다.”
구글에 “집중 음악 앱”을 검색했다.
Brain.fm – “과학적으로 증명된 집중 음악”
“15분 안에 집중 상태 도달!”
“신경과학 연구 기반!”
Focus@Will – “생산성 40% 증가”
“뇌파 패턴 분석!”
“개인 맞춤 음악!”
Endel – “AI 생성 사운드스케이프”
“실시간 환경 적응!”
“생체 리듬 최적화!”
“이것들 다 써봐야겠다!”
그날 3개 앱 전부 설치했다.
각 앱의 완벽한 설정을 찾느라 시간이 다 갔다

Brain.fm 설정:
– Focus / Relax / Sleep 모드 테스트
– Neural Effect 강도 조절 (50%? 75%? 100%?)
– 장르 선택: Electronic / Acoustic / Cinematic
– 각 조합 5분씩 들어보기
Focus@Will 설정:
– 10개 음악 채널 전부 체험
– Uptempo / Focus / Relax 모드 비교
– Energy Level 조정 (1~10)
– 각 채널에 별점 매기기
Endel 설정:
– Circadian rhythm 기반 모드
– 날씨 연동 ON/OFF 비교
– 심박수 연동 테스트
– 시간대별 최적 설정 찾기
결과:
– 앱 테스트: 2시간
– 실제 작업: 0분
“내일부터 제대로 쓰면 되지!”
포모도로 타이머 설정을 완벽하게 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도구 설정에만 시간을 썼었다.
매일 “오늘 기분에 맞는” 음악을 찾게 됐다
다음 날 아침.
작업 시작 전:
“오늘은 어떤 음악이 좋을까?”
- Brain.fm Electronic Focus → 너무 빠름
- Focus@Will Classical → 너무 조용함
- Endel Deep Work → 뭔가 답답함
- 백색소음 → 귀가 아픔
10분 동안 앱을 옮겨다녔다.
“음… 오늘은 Lo-fi가 나을 것 같은데?”
유튜브 열고 Lo-fi 재생목록 검색.
또 5분 경과.
“아, 맞다. 작업하려고 했는데…”
음악이 맘에 안 들면 계속 바꾸게 됐다
작업 중:
집중 음악을 틀어놨다.
5분 후:
“이 음악… 좀 지루한데?”
→ 다른 곡으로 변경
10분 후:
“이건 너무 시끄러운 것 같은데?”
→ 볼륨 조절
15분 후:
“아니다, 다른 앱 써볼까?”
→ Brain.fm에서 Focus@Will로 전환
20분 후: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 유튜브 Lo-fi로 돌아감
1시간 동안:
– 음악 변경: 12회
– 실제 작업: 20분
– 음악 고르는 시간: 40분
음악이 집중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했다.
웹사이트 차단 앱을 설정하느라 정작 집중은 못 했던 것과 똑같았다. 도구가 집중을 방해했다.
플레이리스트를 완벽하게 만드느라 일주일을 썼다
“이러면 안 되는데.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월요일:
– Spotify에서 “Focus Music” 플레이리스트 20개 저장
– 각각 30분씩 들어보기
– 마음에 드는 곡만 모으기
화요일:
– Apple Music도 확인
– YouTube Music도 확인
– 총 150곡 수집
수요일:
– 곡 분류 작업
– 아침용 (Uptempo)
– 오후용 (Medium)
– 저녁용 (Calm)
목요일:
– 각 플레이리스트에서 안 맞는 곡 제거
– BPM 체크 (120-140 적당한가?)
– 순서 재배치
금요일:
– 최종 플레이리스트 완성
– 테스트 재생
– “완벽해!”
일주일 동안:
– 플레이리스트 작업: 10시간
– 실제 업무: 15시간 (평소 40시간)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졌다.
나중에 읽기에 500개를 저장하고 분류하던 때처럼, 정리가 실제 사용을 대체했다.
집중 음악 없이 작업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어느 날, 헤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충전할 시간 없는데… 그냥 하자.”
음악 없이 작업 시작.
예상:
“음악 없으면 집중 안 될 거야.”
실제:
– 20분 만에 몰입 상태
– 음악 바꿀 필요 없음
– 1시간 30분 논스톱 작업
“어? 음악 없는데 오히려 더 잘되네?”
다음 날도 음악 없이 시도.
또 잘됐다.
깨달았다.
음악이 집중을 도와준 게 아니라, 음악 고르는 게 집중을 방해했다.
집중 음악의 함정
집중 음악 앱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함정이었다:
1. 음악 고르는 게 일이 되었다
– 작업 시작 전 10분: 음악 선택
– 작업 중 5분마다: 음악 변경
– 집중보다 음악에 신경 씀
2. “완벽한 음악”이라는 환상
– 완벽한 곡만 있으면 집중된다?
– 실제로는 어떤 음악도 완벽하지 않음
– 계속 더 나은 걸 찾게 됨
3. 음악이 필수라고 착각
– “음악 없으면 집중 안 돼”
– 실제로는 음악 없어도 잘됨
– 의존성만 생김
4. 도구 관리가 목적이 되었다
– 3개 앱 구독
– 플레이리스트 10개 관리
– 작업보다 음악에 시간 투자
메모 앱을 완벽하게 정리했지만 정작 활용은 못 했던 것처럼, 도구가 목적을 대체했다.
지금은 음악 없이 작업한다

집중 음악 앱을 전부 삭제했다.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기본은 무음
– 아무것도 안 들음
– 필요하면 귀마개
– 조용한 환경
2. 정말 시끄러우면
– 백색소음 (간단한 앱 하나)
– 선택 고민 없음
– 켜놓고 잊어버림
3. 음악은 쉬는 시간에
– 작업 중: 무음
– 휴식 시간: 좋아하는 음악
– 분리해서 듣기
결과:
– 음악 고르는 시간: 0분
– 실제 작업 시간: 증가
– 집중 상태 진입: 더 빠름
역설적으로, 집중 음악을 포기하니 더 집중됐다.
포모도로 타이머 없이 오히려 더 집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외부 도구 없이 자연스럽게 할 때가 더 효과적이었다.
집중 음악의 역설
집중 음악 앱은 이렇게 속삭인다:
“우리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이 40% 높아져.”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음악을 찾느라 집중을 잃는다.
진짜 집중은:
– 과학적 음악이 아니라
– 하고 싶은 일에서 나오고
– 완벽한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 방해 요소 없는 환경에서 나온다
목표 15개를 완벽하게 세웠지만 달성은 0개였던 것도 같은 패턴이었다. 완벽한 준비가 오히려 실행을 막았다.
“음악”으로는 집중할 수 없다.
“몰입할 만한 일”이 있어야 집중할 수 있다.
집중 음악을 고르려는 순간, 한 번 물어보자:
“정말 문제는 음악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하기 싫은 일이라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