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산적이고 싶었다
“왜 난 항상 바쁜데 성과는 없을까?”
할 일은 많은데, 완료는 적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시스템이 없어서 그런가?”
생산성 유튜브, 블로그, 책… 전부 말했다.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 탐험의 시작

1년차: GTD (Getting Things Done)
David Allen의 책을 읽었다.
핵심:
– 모든 걸 외부 시스템에 저장
– 머릿속 비우기
– 5단계 워크플로우
1. Capture (수집)
2. Clarify (명확화)
3. Organize (정리)
4. Reflect (검토)
5. Engage (실행)
구축:
– Inbox 설정
– Context 리스트 (장소별, 도구별)
– Someday/Maybe 리스트
– 주간 리뷰 루틴
소요 시간:
– 시스템 구축: 2주
– 책 읽기: 10시간
– 템플릿 만들기: 8시간
결과:
2개월 사용 → 너무 복잡함 → 포기
“내게 안 맞나?”
Evernote에서 노트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처럼, 완벽한 구조를 만들려 했다.
2년차: PARA (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
Tiago Forte의 방법론.
핵심:
– 4개 카테고리로 모든 정보 정리
– Actionable 기준 분류
구축:
– Notion에 PARA 구조 설계
– 모든 파일/노트 재분류
– Quick Capture 시스템
소요 시간:
– 책 읽기: 8시간
– 시스템 구축: 1주
– 기존 자료 이전: 20시간
결과:
3개월 사용 → 분류 기준 애매함 → 포기
“다른 시스템 찾아볼까?”
3년차: Zettelkasten (제텔카스텐)
Niklas Luhmann의 노트 시스템.
핵심:
– 원자적 노트
– 연결 기반 사고
– 영구 노트, 문헌 노트, 임시 노트
구축:
– Obsidian 설정
– 연결 템플릿
– 태그 시스템
– MOC (Map of Contents)
소요 시간:
– 자료 조사: 15시간
– 도구 학습: 10시간
– 템플릿 설계: 12시간
결과:
2개월 사용 → 노트 연결에만 시간 소비 → 포기
“또 안 맞네…”
북마크를 정리하느라 실제 사용은 못 했던 것처럼, 시스템 구축이 목표가 됐다.
그 외 시도한 것들:
– Bullet Journal
– Time Blocking
– Kanban
– Personal OKR
– Second Brain
– SMART Goals
– Eisenhower Matrix
– Pomodoro Technique (시스템으로 확장)
총 소요 시간: 3년
성과: 없음
시스템 구축이 일이 되었다

어느 날 깨달았다.
이번 주 한 일:
– 새 생산성 시스템 조사: 5시간
– Notion 템플릿 수정: 4시간
– 워크플로우 최적화: 3시간
– 자동화 스크립트 작성: 6시간
– 생산성 책 읽기: 4시간
총 22시간
실제 완료한 업무:
– 프로젝트 진행: 10%
– 중요 작업: 0개
역설:
생산성 시스템을 만드느라 생산적이지 못했다.
완벽한 시스템의 환상
함정 1: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각 시스템의 문제:
GTD:
– 너무 복잡함
– Context 분류 어려움
– 주간 리뷰 부담
PARA:
– Project vs Area 구분 애매
– 카테고리 경계 불분명
Zettelkasten:
– 연결 만들기에 시간 소비
– 임계 질량 필요 (수백 개 노트)
공통 문제: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모두 trade-off가 있다.
함정 2: 시스템 = 성공 착각
“완벽한 시스템만 있으면 성공할 거야”
착각:
– 시스템 = 문제 해결
– 도구 = 생산성
현실:
– 시스템은 도구일 뿐
– 실행이 전부
비유:
완벽한 운동 계획을 1년 동안 만드는 것.
계획이 아무리 완벽해도, 운동 안 하면 의미 없다.
독서 기록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책은 안 읽었던 것처럼, 시스템이 실행을 대체할 수 없다.
함정 3: 시스템 쇼핑
“이 시스템은 안 맞아. 다른 걸 찾아보자.”
패턴:
1. 새 시스템 발견
2. “이게 답이야!” 열정
3. 2-3주 구축
4. 2-3개월 사용
5. 문제 발견
6. 포기
7. 새 시스템 검색 → 반복
3년 동안 12개 시스템 시도
문제: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 바꾸는 게 문제.
함정 4: 과도한 커스터마이징
“내게 딱 맞는 시스템을 만들자”
실제:
– Notion 템플릿 47개
– 자동화 규칙 23개
– 커스텀 필드 18개
– 뷰 설정 15개
문제:
– 너무 복잡함
– 유지보수 불가능
– 작은 변경에도 전체 수정
결과:
시스템 유지보수가 풀타임 업무.
클라우드 폴더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유지보수 못 했던 것처럼, 복잡한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버렸다

3년 후, 모든 시스템을 버렸다.
버린 것:
– 복잡한 Notion 시스템
– 47개 템플릿
– GTD 워크플로우
– PARA 폴더 구조
– Zettelkasten 연결망
– 자동화 스크립트
남긴 것:
1. 간단한 To-Do 리스트
– Apple Reminders (기본 앱)
– 오늘, 이번 주, 나중에
– 3개 카테고리만
2. 메모장
– Apple Notes (기본 앱)
– 폴더 구조 없음
– 검색으로 찾기
3. 캘린더
– 시간 블록킹만
– 복잡한 규칙 없음
그게 전부.
새로운 원칙:
1. 시스템 < 실행
– 완벽한 시스템 만들기 ❌
– 불완전해도 시작하기 ✅
2. 단순함 우선
– 커스텀 템플릿 ❌
– 기본 앱 ✅
3. 시스템 시간 제한
– 시스템 구축 무제한 ❌
– 시스템 관리 주 10분 ✅
4. “충분히 좋음” 수용
– 완벽한 시스템 ❌
– 작동하면 OK ✅
역설적인 결과
시스템을 버린 후:
시스템 관리 시간:
– 주 10시간 → 주 10분
완료한 작업:
– 주 5개 → 주 15개
스트레스:
– 높음 → 거의 없음
생산성:
– 낮음 → 높음
역설:
시스템을 버릴수록 더 생산적이었다.
왜 시스템이 실패했나?
이유 1: 시스템이 목표가 됐다
원래 목표:
더 생산적이 되기
바뀐 목표:
완벽한 시스템 만들기
결과:
시스템 구축 = 생산적인 척
이유 2: 복잡성의 함정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 유지보수 비용 ↑
– 사용 장벽 ↑
– 포기 확률 ↑
단순한 시스템:
– 유지 쉬움
– 사용 쉬움
– 지속 가능
이유 3: 콘텍스트 전환 비용
완벽한 GTD:
– Inbox 확인 → 5분
– Clarify → 10분
– Organize → 15분
– Review → 30분
총 1시간
간단한 To-Do:
– 할 일 보기 → 10초
– 체크 → 1초
1/360 시간
이유 4: 도구의 한계
완벽한 시스템:
– 특정 도구에 의존
– 도구 바뀌면 시스템 붕괴
– 학습 곡선 높음
간단한 시스템:
– 기본 앱 사용
– 어디서나 작동
– 배울 것 없음
깨달은 것
생산성 시스템의 진실:
1. 시스템 ≠ 생산성
– 복잡한 시스템 ≠ 더 생산적
– 간단한 리스트로도 충분
2. 실행이 전부
– 완벽한 시스템 + 실행 없음 = 0
– 단순한 시스템 + 실행 = 성과
3. “충분히 좋음”이 최적
– 80% 시스템으로 충분
– 나머지 20% 개선에 80% 시간 소비
– 비효율적
4. 시스템 쇼핑 = 회피
– “완벽한 시스템 찾기” = 일 안 하기
– 불완전해도 시작하는 게 낫다
5. 복잡성 비용 고려
– 복잡한 시스템 = 높은 유지 비용
– 간단한 시스템 = 낮은 유지 비용
진짜 필요한 것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것:
1. To-Do 리스트
– 오늘 할 일
– 이번 주 할 일
– 나중에 할 일
끝.
2. 캘린더
– 미팅/약속
– 시간 블록
끝.
3. 메모
– 생각 기록
– 검색으로 찾기
끝.
이게 전부.
나머지는:
– GTD? 대부분 사람에게 과함
– PARA? 너무 복잡함
– Zettelkasten? 연구자나 필요
– Second Brain? 과대광고
언제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가?
- 전문 연구자
- Zettelkasten 유용
-
수백 개 논문 관리
-
복잡한 프로젝트 매니저
- 다수 프로젝트 동시 진행
-
팀 협업 필요
-
정보 관리자
- 대량 정보 처리
- 지식 베이스 구축
대부분의 사람: 해당 없음
단순한 시스템 가이드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원칙:
1. 기본 앱부터
– Notion, Obsidian 나중에
– 애플/구글 기본 앱 먼저
– 2주 써보고 부족하면 업그레이드
2. 카테고리 3개 제한
– To-Do: 오늘, 이번 주, 나중에
– 메모: 업무, 개인, 아이디어
– 더 필요하면 추가 (신중하게)
3. 템플릿 금지
– 처음 1개월은 템플릿 만들지 않기
– 패턴이 생기면 그때 간단히
4. 시스템 시간 제한
– 시스템 설정: 최대 1시간
– 주간 관리: 최대 10분
– 초과하면 너무 복잡한 것
5. “작동하면 그만”
– 완벽 추구 ❌
– 할 일 완료되면 OK ✅
결론: 시스템보다 실행
완벽한 생산성 시스템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시스템 찾기에 시간 소비
– 시스템 구축이 목표가 됨
– 복잡성의 함정
해결책:
– 간단한 리스트로 시작
– 실행에 집중
– “충분히 좋음” 수용
완벽한 시스템을 찾는 데 3년 쓰는 것보다, 불완전한 리스트로 오늘 시작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생산적인 시스템은 시스템이 거의 없는 것이다.
“The best productivity system is the one you actually use.”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안 쓰면 의미 없다.
불완전해도 매일 쓰는 게 낫다.
시스템은 1%, 실행이 99%다.
P.S. 이 글을 쓴 지금 내 생산성 시스템은 이렇다: Apple Reminders에 할 일 5개, 캘린더에 오늘 블록 3개. 그게 전부다. 3년 전의 나에게 보여주면 “너무 단순하잖아”라고 했을 것이다. 맞다. 단순하다. 그래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