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추천만 믿다가 시간을 날린 이야기 – 선택의 역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겠지

알고리즘 추천에 의존하는 모습

“이것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유튜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어디서든 이 문구를 본다. 그리고 대부분 맞다. 내가 좋아할 만한 걸 정확하게 추천해준다.

처음엔 편했다. 뭘 볼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알고리즘이 알아서 좋은 걸 가져다주니까. “시간 절약이네”라고 생각했다.

무한 콘텐츠의 늪에 빠지다

끝없는 추천 영상에 빠진 상태

문제는 알고리즘이 너무 잘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유튜브에서 생산성 영상 하나를 봤다. 그러자 비슷한 영상 10개가 떴다. “이것도 봐야겠네.” 하나 보니까 또 10개가 떴다. 생산성 유튜브로 하루가 가버린 날이 떠올랐다. “이것도 중요한 내용이겠지.”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리즈 끝나면 “이것도 좋아하실 거예요”가 뜬다. “한 편만 더” 하다가 새벽 3시.

스포티파이는 더했다. “데일리 믹스”, “주간 추천”, “새로 나온 음악”. 매일 새로운 플레이리스트가 생긴다. 집중 음악 플레이리스트의 함정과 똑같은 패턴이었다. 음악 듣는 것보다 플레이리스트 탐색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선택하지 않으니까 남는 게 없었다

어느 날 깨달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뭘 봤는지 기억이 안 났다. 넷플릭스에서 뭘 봤는지도 기억이 흐릿했다. 분명 많이 봤는데 남는 게 없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흘러가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다음 추천을 클릭하면 됐다. 뭔가 보고 있긴 한데, 정작 보고 싶었던 걸 본 건지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은 계속 늘어만 갔다. 나중에 읽기의 함정이 생각났다. 유튜브 요약 영상만 봤다. 책은 안 읽고 생산성 책 리뷰 영상만 10개 봤다.

알고리즘은 내 편이 아니었다

알고리즘의 진짜 목적을 깨달은 순간

알고리즘의 목적은 뭘까. 내가 좋은 콘텐츠를 찾게 도와주는 게 아니다. 내가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는 거다.

그래서 “딱 맞는 하나”를 추천하지 않는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건 어때요?” 계속 선택지를 늘린다. 하나를 보면 열 개가 더 나온다.

알고리즘은 내 시간을 아껴주는 게 아니라 뺏어간다. 내가 만족하는 순간 플랫폼을 떠나니까,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게 한다.

“이것도 괜찮겠네”의 무한 반복. 결국 뭘 봤는지도 모르고 시간만 사라진다. 디지털 디톡스 앱을 설치해도 소용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의도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르게 한다.

콘텐츠 소비 전에 물어본다:
– “지금 뭘 보고 싶어?”
– “왜 이걸 보려고 해?”
– “이걸 보면 뭘 얻을 수 있어?”

대답 못 하면 안 본다. 그냥 심심해서 추천 탭을 열었다면 닫는다.

시간 제한을 건다:
– 유튜브: 하루 30분
– 넷플릭스: 주말에만
–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3개 고정

완벽하게 지키진 못하지만,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졌다.

직접 찾는 게 더 나았다

추천에 의존하지 않으니까 신기한 일이 생겼다.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걸 찾게 됐다. “생산성 영상” 대신 특정 주제를 검색한다. 생산성 유튜버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협업 프로젝트 일정 관리 방법”을 검색한다.

그러면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았을 영상이 나온다. 조회수는 적지만 딱 필요한 내용. 이게 진짜 유용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니라 관심 주제를 검색한다. 리뷰 영상 대신 목차를 본다. 독서 노트 시스템을 만들기보다 그냥 읽는 게 더 나았다.

추천은 참고만 한다

알고리즘 추천이 나쁜 건 아니다. 새로운 걸 발견하게 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거기에 모든 걸 맡겨버리는 거다.

이제 추천은 그냥 “참고”다.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 최종 선택은 내가 한다.

“이것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한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괜찮다.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는 방법이다. 온라인 강의의 역설도 결국 같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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