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를 완벽하게 정리했는데 정작 사용하지 않았다

“북마크를 잘 정리하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어”

좋은 글을 발견할 때마다 북마크를 저장했다.

Ctrl+D (⌘+D)

“나중에 다시 볼 거야.”

그렇게 2년이 지나니 북마크가 847개가 되어 있었다.

“이제 정리해야겠다…”

완벽한 북마크 폴더 구조를 만들었다

복잡한 북마크 폴더 트리 구조

유튜브에서 “북마크 정리법”을 검색했다.

“생산성 높은 사람들의 북마크 정리 시스템”

영상 속 완벽한 폴더 구조:

📁 북마크 바
  ├─ 📌 매일
  ├─ 💼 업무
  │  ├─ 개발
  │  │  ├─ React
  │  │  ├─ Python
  │  │  └─ DevOps
  │  ├─ 디자인
  │  └─ 마케팅
  ├─ 📚 학습
  │  ├─ 강의
  │  ├─ 블로그
  │  └─ 튜토리얼
  ├─ 🔧 도구
  ├─ 🎯 영감
  └─ 📖 나중에 읽기

“오! 이거 좋은데?”

2시간 동안 폴더를 만들고, 847개 북마크를 하나씩 분류했다.

“완벽해! 이제 필요한 사이트를 쉽게 찾겠지?”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폴더 구조를 만들 때처럼, 폴더 만들기 자체가 생산적이라고 착각했다.

북마크 저장이 또 다른 일이 되었다

북마크를 어느 폴더에 넣을지 고민하는 모습

완벽한 구조를 만들고 나니, 새 북마크 저장이 복잡해졌다.

좋은 글을 발견했다.

Ctrl+D 누르니:

“이 북마크를 어느 폴더에 저장하시겠습니까?”

  • “업무/개발? 아니면 학습/블로그?”
  • “React 관련인데… 튜토리얼이기도 하고…”
  • “음… 영감 폴더에 넣을까? 아니면 도구?”

30초 고민.

“일단 ‘나중에 읽기’에 넣고, 나중에 제대로 분류하자.”

그렇게 ‘나중에 읽기’ 폴더에 237개가 쌓였다.

“나중에 정리해야지…”

Trello에서 카드를 어느 칼럼에 넣을지 고민하던 것과 똑같았다. 분류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북마크 정리가 주말 루틴이 되었다

주말마다:

“오늘은 북마크 정리하는 날!”

  1. ‘나중에 읽기’ 폴더 열기 (237개)
  2. 하나씩 열어서 내용 확인
  3. 적절한 폴더로 이동

2시간 소요.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 “오, 이 글 좋은데?” → 읽기 시작 → 30분 경과
  • “이거 벌써 북마크했었네?” → 중복 발견 → 삭제
  • “이게 뭐였더라?” → 클릭 → 404 에러 → 삭제
  • “이 폴더인가, 저 폴더인가?” → 고민 → 5분 경과

결국 237개 중 50개만 정리하고 지침.

“다음 주말에 계속…”

메모 앱에서 노트 정리에 매주 시간을 쏟았던 것처럼, 정리 자체가 주말 일과가 되었다.

결국 북마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 달 후, 급하게 사이트가 필요했다.

“React 공식 문서 어디 있지?”

북마크 바 → 업무 → 개발 → React 폴더 클릭.

15개 북마크가 나왔다.

“어느 게 공식 문서지?”

하나씩 확인…

5분 경과.

“아, 짜증나. 그냥 구글 검색하자.”

Google: “react docs”

3초 만에 찾음.

“…”

북마크 정리에 매주 2시간씩 쓰는데, 정작 사용은 구글 검색.

좀 더 지켜봤다.

  • 업무 중 필요한 사이트 찾을 때: 100% 구글 검색
  • 북마크 폴더 열어서 찾을 때: 0%

“그럼 북마크는 왜 정리한 거지?”

북마크 정리 ≠ 북마크 사용

깨달았다.

북마크를 정리하는 건, 북마크를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 북마크 정리에 쓴 시간: 매주 2시간 x 4주 = 8시간/월
  • 북마크를 실제로 사용한 시간: 0시간

왜냐하면:

1. 구글 검색이 더 빠르다
– 북마크 폴더 뒤지기: 평균 2-5분
– 구글 검색: 평균 5초

2. 사이트 이름을 정확히 기억 안 함
– “그 블로그… 뭐였더라?”
– 북마크 폴더 뒤져도 제목만 보고 기억 안 남
– 구글에 키워드 검색하는 게 더 쉬움

3. 북마크는 오래되면 쓸모없어짐
– 2년 전 저장한 튜토리얼 → 이미 업데이트됨
– 링크 깨진 것도 많음
– 새로운 더 좋은 자료가 나옴

독서 앱에 책을 등록만 하고 읽지 않았던 것과 똑같았다. 저장 ≠ 활용.

“매일” 폴더만 의미 있었다

847개 북마크 중 실제로 사용한 건:

북마크 바의 “매일” 폴더 (5개)
– Gmail
– Google Calendar
– Notion
– GitHub
– Slack

이것만 매일 클릭했다.

나머지 842개는:
– 한 번도 안 쓴 것: 730개
– 1-2번 쓴 것: 90개
– 가끔 쓴 것: 22개

99%는 쓸모없었다.

브라우저 속도도 느려졌다

Chrome 설정을 보니:

“북마크 동기화 중… (847개)”

북마크가 많아지니:
– Chrome 시작이 느려짐
– 북마크 바가 복잡해서 클릭 실수
– 북마크 검색도 느려짐

포모도로 앱에서 타이머 설정이 복잡해진 것처럼, 도구가 오히려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브라우저 탭을 그룹으로 정리했지만 결국 다시 쌓이기만 했던 것과 비슷하게, 북마크도 정리가 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모든 북마크를 지웠다

결심했다.

“북마크를 지우자.”

  1. 북마크 관리자 열기
  2. Ctrl+A (전체 선택)
  3. Delete

“정말 847개 북마크를 삭제하시겠습니까?”

3초 고민…

“예.”

순식간에 사라짐.

Before (847개 북마크):
– 북마크 정리 시간: 매주 2시간
– 북마크 사용: 0회
– 북마크 폴더: 32개
– Chrome 시작 시간: 5초

After (5개 북마크):
– 북마크 정리 시간: 0시간
– 북마크 사용: 매일 5회 (매일 폴더만)
– 북마크 폴더: 1개 (매일)
– Chrome 시작 시간: 2초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북마크는 “매일 쓰는 것”만
– Gmail, Calendar, Notion, GitHub, Slack
– 5-10개 이하 유지
– 매일 안 쓰면 북마크 아님

2. 나머지는 구글 검색
– “react docs” → 3초 만에 찾음
– “tailwind css” → 바로 나옴
– 북마크 폴더 뒤질 필요 없음

3. “나중에 읽기”는 거짓말
– 지금 안 읽으면 평생 안 읽음
– 북마크 대신 지금 읽거나, 아니면 포기
Pocket에 500개 저장했지만 안 읽었던 경험에서 배움

4. 주소창 검색 활용
– Chrome 주소창에 “github” 입력 → 자동완성
– 자주 가는 사이트는 브라우저가 기억
– 북마크 필요 없음

배운 교훈: 정리 ≠ 생산성

북마크 정리는:
생산적인 느낌을 주지만
실제 생산성은 없었다

북마크 847개 정리하느라 매주 2시간을 쓰는 동안:
– 실제로 필요한 사이트는 구글 검색 5초로 찾았고
– 북마크 폴더는 한 번도 안 열었다

시간 추적 앱의 그래프가 화려했지만 실제 성과는 없었던 것처럼, 북마크 개수와 폴더 구조는 생산성의 척도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 얼마나 많이 저장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구글 검색 > 완벽한 북마크 폴더

당신의 북마크는 도구인가, 무덤인가?

확인해보자.

  • 북마크가 100개 이상이라면?
  • 마지막으로 북마크 폴더를 연 게 언제인가?
  • 필요한 사이트를 구글 검색으로 찾고 있지 않은가?
  • “나중에 읽기” 폴더에 50개 이상 쌓여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과감하게 지워도 괜찮다.

나는 847개를 지우고 5개만 남겼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북마크 정리에 쓰던 시간을, 실제 작업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Productivity Paradox” 시리즈의 포스트입니다. 생산성 도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솔직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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